담장 안쪽도 담장 바깥도
서로 궁금해서 꽃피는 거라
미륵불도 수줍은 양산도
짐짓, 헛기침을 데리고 나온 맥고모자도
봄 햇살 아래 소풍 중인 거라
-박해람 시인
고궁을 산책 나온 중년 부부가 보인다. 미륵불이 보이고 경계의 담장이 그리고 사방이 봄의 중심인 듯 꽃들의 지천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웅크리고 마주 앉은 부부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주고받는 듯한 대화의 장면에서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슬픈 감정이 느껴진다. 반면 또 다른 위치에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의 부드러운 미소가 있다.
빛과 어둠, 이쪽과 저쪽, 당신과 나, 음과 양을 중심으로 ‘현세와 내세’가 한 장면에 투영되어 인과因果에 의하면 삶과 죽음도 상호관계라는 것이다. 이쪽과 저쪽이 서로 궁금해서 꽃이 피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미 서로 남이 아니듯,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봄은 소생이자 소멸의 의미이며 인생이란 저와 같이 하룻길 바람 쐬러 나온 소풍과 같다는 말이다.
/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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