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기후위기 대응에 여성목소리 담아야
[여성칼럼]기후위기 대응에 여성목소리 담아야
  • 경남일보
  • 승인 2024.09.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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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추석을 폭염으로 보내고, 연이어 감당하기 어려운 폭우가 닥쳐왔다. 그리고 갑자기 아침, 저녁이 서늘해졌다. 이제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많은 환경학자들이 올 해 여름이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에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 예고한다. 최근 진주여성회는 여성학교를 열어 인문학 강좌를 시작했는데, 그 첫 강의가 ‘기후위기와 여성’이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의 강연에서 기후행동을 내일로 미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2023년 세계위험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10년 이내 우리에게 닥쳐올 가장 큰 위험의 1위가 기후변화 완화 실패, 2위가 기후변화 적응 실패, 3위가 자연재해 및 기상이변, 4위가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이다. 이미 그 위험들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는 듯하다. 올 여름 지리산 계곡의 물이 예전의 얼음장 같은 계곡물이 아니었다. 열대야가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며 이어졌고, 이제 34도가 넘는 여름은 이상하지도 않게 되었다. 작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식량 위기를 최전선에서 느끼는 농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외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예견했으나 대비하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부터 마주하고 있다. 폭우로 인해 반지하의 집이 잠겨 탈출하지 못했던 장애인, 폭우에 잠기는 집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에어컨을 마련하지도, 설치할 수도 없는 집에서 폭염을 견뎌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말에서 이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더 많이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 양극화를 줄이고자 하는 개념이다. 탄소배출량을 높이면서 환경을 훼손시킨 당사자들은 그 피해를 느끼지도 못하는 반면, 기후위기에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온 몸으로 먼저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계속해서 더 좋지 못한 환경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세대와 처리 세대가 다른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기후 재난으로 인한 사상자가 많으며, 식량 불안정과 감염병,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경우도 더 많다. 전 세계 빈곤층의 70%를 차지하는 여성은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기후위기 때문에 출산을 못하겠다는 젊은 세대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절망을 반영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대응하는 정책 속에서도 여성들은 소외되어 있다. 기후위기에 관한 논의, 에너지, 산업 기술과 정책이 남성 전문가나 고위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여성의 입장과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와 경쟁적인 개발지상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기후정의로 나아갈 수 없다. 기후변화 관련 정책의 성별영향평가와 성평등한 참여가 보장되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삶의 방식을 재창조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이를 위해 남성과 여성이 함께 힘을 합치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대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후위기가 현존하는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길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직면하고,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들도 부단히 하되, 정치를 통해 전면적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게 시민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국가가 기후위기에 더 이상 방관하지 않도록 제도와 산업, 정책이 변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성, 소수자, 약자의 입장이 포괄적으로 반영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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