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후회하는 삶
[경일춘추]후회하는 삶
  • 경남일보
  • 승인 2024.06.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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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권태형 진주예하초등학교 교사

 

후회,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 나에게 후회라는 낱말은 익숙하다. 걱정과 친구 뻘인 낱말이다. 일에 대해 하기 전 걱정을 하고, 하고 난 후 후회를 한다. 후회하고 걱정하는 일이 왜 그렇게 많은지, 걱정 때문에 잠을 못 들고, 후회 때문에 잠에서 깬다. 걱정은 걱정하는 일에 변화라도 줄 수 있지만 후회는 후회하는 일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 다만 후회하고 있는 나의 몸과 마음 상태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나는 교사로서 1년에 두 번 이상 동료교사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나눔을 한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공개수업을 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초임 교사일 때 100정도가 두근거렸다면 지금은 30밖에 되지는 않지만 평소 10밖에 되지 않는 두근거림에 비해서는 3배의 수치이다. 두근거림 속에서 수업을 준비한다. 여기까지가 걱정의 영역이다. 정성껏 준비한 수업을 한다. 그리고 스쳐가는 것 마냥 수업은 끝난다. 이제는 후회의 영역이다. 이것도 잘못된 것 같고, 저것도 잘못된 것 같아 머리로는 홀가분하지만 마음은 그때부터 또다시 힘들기 시작한다. 수업을 돌이켜보며 외부의 요인들을 탓할 때도 있지만 결국 깊이 생각할수록 대부분은 내가 문제인 것으로 결론이 난다. 혼자 후회라는 늪에 빠지게 되면 마음 한구석은 커다란 돌덩어리 하나가 앉은 것처럼 무거워만 진다.

우리 학교는 ‘수업비담’이 활성화돼 있다. 수업비담은 수업을 비우고 담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수업에 대한 장점을 나누고 수업에서 관찰한 사실을 나누어 수업과 관련된 주제로 전체 토론을 한다. 다른 교사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수업으로 후회하고 있는 나에게는 쓰지만 효과가 뛰어난 약과 같다. 혼자서 후회하고 있는 것들을 긍정적인 면에서 바라봐 주거나 동료교사와 고민하는 것들을 함께 이야기해 봄으로써 후회라는 늪에 빠져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비담을 할 때면 마음의 돌덩어리로 생긴 상처가 잠깐은 따끔하지만 수업비담의 끝에는 마음의 홀가분함이 남게 된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후회를 한다고 소용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이 따라 주지 못한다. 후회에 갇혀 있는 사람이 스스로 후회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마음의 힘을 길러 스스로 빠져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소중하고 절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후회를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다독여줄 수 있는 그런 동료들이 있다는 것, 후회 속 숨겨진 밝은 면을 찾아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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