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4]이원도 지방행정연구원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장
지방소멸위기, 인구정책 달라져야[4]이원도 지방행정연구원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장
  • 임명진
  • 승인 2023.11.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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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도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장은 “아직까지 지방소멸이 되었다고 보고된 곳은 없다. 그렇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대응 정책이 이제는 좀 달라질 필요성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구 감소의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사안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대두된지 이미 오래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국가발전이 중앙집권형으로 진행되면서 수도권, 비수도권의 구분이 강하다. 그래서 이대로 가다간 정말 지역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원도 센터장이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동안 인구정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인구 정책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섞여 있다. 주민등록 인구는 행정안전부, 지역의 시설이나 정주여건은 국토부, 외국인 등 이민 정책은 법무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한 번에 조율할 수 있는 단일 체계가 있어야 한다. 지금 행안부가 인구 감소 지역을 선정하고 인구감소지역 기본계획이라는 걸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위에서 아래로 탑다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방안들을 지역에서 좀 더 유연하게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정부차원에서 계속 보내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달라진 부분이다.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지자체의 노력을 평가한다면?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지자체 서로 간에 기존의 인구를 서로 뺏고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많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그 지역에 정주하지는 않지만 일자리 때문에 이동하거나 새로운 지역에 대한 어떤 생활 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금 우려되는 것 중에 하나가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에 출렁다리가 유명했는데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어떤 특정 지역에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사업인데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하다 보면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지자체 마다 지역특성을 반영해서 정책을 시행하는 부분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인구 정책에서도 변화가 나오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어떤 인구를 관리한다는 측면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년 후에는 그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소비를 하는 지, 그 지역의 역동성 등을 더 중요한 측정 지표로 평가할 것 같다.

그런 지표로서 행안부에서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양양군이나 예산군은 백종원씨가 최근 활동하면서 방문자가 갑자기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걸 일정하게 유지를 하려면 정주인구를 늘려야겠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1만, 10만 명이 이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관계 인구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지역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서 마지막 단계인 정주인구까지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복수 주소제도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은 한 지역에 고정돼 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한 사람이 여러 곳에 있으면서 지역마다 다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가령 남해군에 관광객들이 주로 여름철에 집중된다면 그런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중앙정부에 제안해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금 지자체에서 생활인구와 관련해 지금 여러 사업안을 내고 있는데, 대부분 어떤 기반 아니면 워케이션 등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시설 확충은 지역의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계속 관광객이나 외지인을 끌어 올 수 있는 매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지자체마다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 사업에 너도나도 집중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라는 의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양양군은 지금 많은 사람이 찾고 있고 워케이션을 비롯한 각종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단위로 버스도 많다. 그런데 5년, 10년 후에도 이러한 인기가 지속이 될 수 있을까? 양양군 옆에는 다른 매력을 가진 강릉이나 속초라는 도시가 있다. 자칫 사람들의 어떤 인식과 관심이 변해서 매력을 뺏기게 된다면 그동안 이뤄진 공급 과잉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것들이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은 깊은 고민을 거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활인구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보는지?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아직 다 숙성이 되지 않았다. 다만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걸 바탕으로 측정을 하려는 노력은 조금 높게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행안부는 주민등록 인구를 담당하고 있고 법무부는 등록 외국인 수가 있다. 또 이동통신 데이터로 유동인구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 3가지 자료를 다 합쳐 실제로 이 지역에 한 달 동안 하루에 3시간 이상 있었던 인구가 몇 명인지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제가 봤을 때는 전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도는 굉장히 힘들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있다. 그래서 그동안 제도적 근거가 없었는데 데이터 3법이 마련되면서 가명 정보를 공익적인 목적인 때는 활용이 가능해 졌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상주인구는 1년에 한 번씩 공표가 되지만 이제는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한 달 단위로 이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인구를 확인할 때 규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특성도 볼 수 있다. 연령대, 성별, 체류 시간 등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이 완벽하지는 않다. 그런데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대응이 늦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 1월에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를 개소하면서 인구감소지역의 여러 지표나 유용한 정책을 지자체에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소멸의 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수도권 지역에 인구가 절반 넘게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외국 같은 경우에는 출산율이 1.5%, 1.2%일 때, 일본 같은 경우에는 1.5%일때, 향후 3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해서 굉장히 많은 재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우리는 출산율이 0.7%, 0.8% 인데도 정책이나 각종 지원 등이 좀 늦게 시작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늦어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어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반발도 심하고 사람들이 이를 수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격한 진통을 겪지만 굉장히 빠르게 수용을 한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지방소멸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강조할 필요는 없으나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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