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나이만 먹지 말고 하루 하루 나아져라”
[시민기자]“나이만 먹지 말고 하루 하루 나아져라”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8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순자 作 어른공부
여러분은 어떤 사람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전적으로 ‘어른’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가 되면 법적으로는 성인이라 부르지만, 육체적으로 다 성장했다고 하여 과연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언제나 돈 계산부터 먼저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가득 찬 요즘, 바보처럼 계산이 늦어 늘 손해 보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위로하고 주변과 기꺼이 나누며 삶을 살다간 한 분이 계십니다.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이 분은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의 저자인 양순자 할머니인데요.

저자인 양순자 할머니는 사형제도가 실질적으로 있었던 시절 30년간 사형수들의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30일에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그 이후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2007년에 국제앰네스티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살아계시던 그 시절에는 하루하루 사형 집행에 마음 졸이다 결국 집행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형수의 삶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형수들에게 손을 내밀며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신 양순자 할머니는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 속에서 시들어가는 시들어가는 사형수들을 보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수도 없이 생각하며,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지금은 이미 별세해 우리 곁에 계시진 않지만, 그분의 삶의 철학이 담긴 바로 ‘어른 공부’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길을 잃고 힘겹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양순자 할머니의 깊이 있는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저는 책의 많은 부분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감명받은 몇 부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사형수들은 사형만 면하게 해주면 죽는 그날까지 살과 뼈가 가루가 되도록 좋은 일만 하다 가겠습니다’ 하고 간절하게 용서를 빌어. 그래도 집행장으로 가는 길밖에 없어. 우리는 살아 있음을 감사하자.”

사형수는 날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피가 마르는 고통을 느끼며 시들어가다, 결국 떠나는 것이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감옥밖에 사는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생을 떠나게 됩니다. 사형수와 우리에게는 다만 그 차이가 있을 뿐이고, 결국 우리 모두 사형수와 같다고 합니다. 저자는 살 수만 있다면 가장 선하고 의미 있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사형수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얻은 큰 교훈은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다는 것이고, 오늘 이렇게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형수들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은 어지간한 일로 괴롭다느니 힘들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세상 살아가면서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하십니다. 일이 많고 힘든 날엔 삶이 왜 이렇게 고될까 하며 불평한 적이 많았는데 이 글을 읽으며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정상에 오르려고 안달복달하지 마라.’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분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한결같다고 합니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왜 돈을 많이 벌지 못했을까, 내가 왜 더 유명해지는 길을 선택하지 못했을까, 이러면서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고요. 내가 왜 가족들과 시간을 더 많이 갖지 못했을까, 내가 왜 좀 더 너그럽지 못했을까 그런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행복은 무엇을 얻어서, 빌딩 몇 채와 화려한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우리도 이미 알고 있고 지금도 쉽게 가질 수 있는, 우정, 사랑, 나눔과 같은 것들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중요한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죽을 때나 되어서야, ‘아! 내가 잘못 살았구나’ 하고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상에 오르려고 안달복달하는 게 아닌, 바로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하며 터득한 진짜 어른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언제나 효율과 경제적인 이익 따져가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의 말 하나하나는 강력한 힘이 있어서 읽는 내내 내 삶의 멘토를 만나는 기분으로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그 해 두 번이나 수술을 하며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저자. 완치 대신 암세포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들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제 마음에 와닿아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자이지만 제 마음속의 멘토가 되었습니다. 이 책으로 인생 계급장이 한 단계 두 단계씩 성장한다면 정말 보람차고 큰 기쁨이라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어른 공부’ 책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