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4년 만에 새 주인 찾은 대우조선해양
[신년특집]24년 만에 새 주인 찾은 대우조선해양
  • 배창일
  • 승인 2023.01.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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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회사' 설움 딛고 한화 품에서 새 출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손에 넣게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한화 글로벌 경영 전략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열사 사장단에게 주문한지 15년 만이다.

1999년 워크아웃 이후 2001년부터 산업은행의 관리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24년 만에 맞는 새 주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게 되면서 거제지역에는 기대와 우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의 품에 안기는 대우조선해양. 험난했던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와 앞으로의 남은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확정되면서 거제지역에는 기대와 우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출근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고비 넘기기 못했던 대우조선 민영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2년 뒤인 1999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빠르게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이후 본격적인 매각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 졸업과 조선업 호황 등에 힘입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알짜’로 여겨지며 여러 대기업들이 탐을 냈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본궤도에 오를 때마다 여러 사유로 불발되면서 21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낙인찍혀야만 했다.

먼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속에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포스코, GS, 두산, 현대중공업, 한화그룹 등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10월 한화그룹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냈다. 당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100% 고용 승계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일부 구성원들의 반대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없던 일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논의됐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중 하나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국내 조선산업을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이후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고, 곧바로 산은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었다. 2022년 1월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산은과의 본계약에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이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24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였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선박 진수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돌고 돌아 다시 한화의 품으로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계열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3%를 갖고, 산업은행은 28.2%의 지분을 갖는다. 인수 절차는 올해 상반기 중 끝날 예정으로, 초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한화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될 전망이다.

2008년 4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우조선 인수를 한화그룹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로 알고 반드시 M&A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한 지 15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한화의 품에 안기게 된 셈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방위산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육상, 항공, 우주는 물론 해상 분야를 포함하는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 개발한 대한민국 최초 수출형 잠수함 ‘아르다데달리(ARDADEDALI)’함의 운항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방위산업’ 때문이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그룹의 근간이 한국화약인데다, 방산 강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한화의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핵심이다. 그룹 내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도약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가 됐다. 잠수함, 구축함 등 특수선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상과 항공, 우주는 물론 해상 분야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글로벌 방산 톱10 도약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FLNG(LNG 해상생산기술), FSRU(부유식 저장 재기화 설비)는 물론 LNG수송선 관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한화가 추진하고 있는 LNG발전 사업과 접목할 부분이 많다. 또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발전 등과 대우조선해양의 운송 기술력도 연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생산,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최초로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에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탑재하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재무상태 개선은 그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동안 적자 행진을 이어온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1조 7546억원의 손실을 냈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 19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3분기 연결기준 1291%에 달한다.

임직원 처우 개선과 고용 승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저임금 구조 고착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인력이탈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2014년 말 1만 3192명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올해 3·4분기 837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용 승계를 위해 앞서 한화는 대우조선노조에 당사자 참여보장,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한 상태다.

강성 성향의 원·하청 노조로 인한 노사갈등도 예상된다. 현재까지의 인수과정에서 대우조선노조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이제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여망이 지역사회와 노동자들 모두에게 깊이 각인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대우조선노조는 본계약 체결 즉시 한화와의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요구조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노조의 요구안이 관철되기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반발이 튀어나올지 불투명하다.

배창일기자 bci74@gnnews.co.kr

 
대우조선해양이 24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지만 재무상태 개선, 임직원 처우 개선, 고용 승계, 하청노조 문제 해법 찾기 등 한화그룹이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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