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국민윤리) 과목 개편을 보고
도덕 (국민윤리) 과목 개편을 보고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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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 (전 중등교장)
고등학교 교과과정 개편으로 2014년도부터 사회·도덕과목이 일선학교에서 없어지고, 2015년도부터는 고졸 검정고시에서조차 선택과목으로 변경된다고 한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고교 이상에서는 도덕교육이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도덕교육을 등한시하였던 일본이 초·중학교에 도덕과목을 특별교과로 신설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정책적 조치와 대비되고 있다.

사회윤리를 주로 다루는 도덕교육은 법률적으로 정한 기준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회 각 계층의 국민의식 수준과 직결되어 공동체사회의 저변질서를 유지하는 기초가 되는 것으로 특정단계의 교육과정이나 한 개인의 일부 성장단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이 일정한 성장과정이나 단기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우화(寓話)가 있다. 옛날 바닷가 어느 섬마을 노부부가 환갑년(60세)에 막둥이 아들 하나를 두었다. 많은 공을 들여 귀하게 키웠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다방면에서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까지 세상을 이별하여 어머니의 근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어머니는 아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한 예를 들면, 섬에서 흔한 갈매기 알을 또래 아이들이 주워 구워 먹곤 하였는데, 아들은 늦어서 한번도 주워오지 못했다. 어느 날 아들이 달걀을 주워 와 갈매기 알이라고 내미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알면서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그후부터는 아들이 계속 달걀을 가지고 와 갈매기 알이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계속 칭찬해 주었는데, 아들은 이것이 습관이 되어 큰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교도소에 들어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재판장이 아이와 어머니에게 경위를 듣고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이번에 용서할 것이니,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하면서 무죄로 석방하였다. 이 일로 아들은 크게 깨달음을 얻어 홀어머니를 잘 모시고 지극히 효도를 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도덕과 윤리는 많은 사건과 반복되는 교육과 선도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너무 단기적인 처방과 1~2명의 자녀를 기르면서 부모는 아무런 목적 없이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감쌀 뿐 제대로 꾸지람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을 앞세워 사랑의 매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낳은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0여 년 전 서울 전동차 안에서 3세쯤 되어 보이는 귀여운 남자아이가 옆에 서 있기에 “너 예쁘구나!” 하면서 “할아버지한테 와볼래?” 하니, 아이가 대뜸 “이 새끼!”하면서 손에 든 모의권총을 겨누면서 “쏘아버릴까?” 하였다. 그래서 “너 할아버지한테 맞아야 하겠다”면서 가르치려니, 옆에 앉아 있던 어미가 “왜 남의 아이 기(氣)를 죽여요?” 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항의하였다. 이러한 세태와 도덕교육 등한시 풍토가 지속되는 한 우화에서 보는 것처럼 부모나 선생님들, 혹은 사회 어른이나 판사와 같은 지도층 인사들에 의한 장기간에 걸친 도덕교육에도 의존할 수 없다.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교육이라고는 초·중·고와 대학으로 연결되는 도덕교과였는데, 마지막 보루였던 제도를 입시위주 사회 분위기와 학생들의 교과이수 부담을 덜어 준다는 명목으로 해소한다니, 어딘가 개운치 않다.

70년도 진학시험 선발 시 커트라인에 있는 학생들은 도덕-국사-연령순으로 선발하던 교육방침이 생각난다. 그 당시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도덕교육의 중요성이 살아 있었으며, 학교 내 폭력 등 요즘 대두되는 사회문제도 극히 적었다. 도덕과목을 중학교 과정에서의 집중이수를 통해 고교에서 폐지할 것이 아니라 도덕 윤리교육을 진학시험은 물론 일반 취직시험에도 필수과목으로 변경하여 ‘된사람’부터 양성할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돈 (전 중등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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