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처녀 귀농 꿈 키우는 손바닥 선인장 '천년초'
도시처녀 귀농 꿈 키우는 손바닥 선인장 '천년초'
  • 강진성기자/정원경 인턴
  • 승인 201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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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성공스토리]‘자꾸커’농장 오연화 오난희 자매

창녕 유어면에 2007년 귀농한 오연화(왼쪽)·난희 자매는 천년초 재배를 통해 “재미있게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우포늪으로 잘 알려진 창녕군 유어면 진창리에는 천년초(손바닥 선인장)를 사랑하는 오연화(39), 오난희(32) 자매가 있다.

천년초는 여름엔 물을 빨아들여 성장 번식을 하고 겨울에는 겨울 곰처럼 휴면기를 갖는다. 겨울에는 영하 20~30도의 혹한기온과 눈보라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을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각종 병해충에도 강해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알아서 커주니 그야말로 효자작물이다.

◇귀농하게 만든 천년초의 마력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늘 잔병치레를 하던 동생 오난희씨는 사회생활도 어려웠다. 병원을 가도 스트레스성이라는 소견만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잦은 두통을 호소하던 난희씨는 우연히 직장동료가 건넨 천년초즙을 먹고 몸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겠거니’ 싶었던 난희씨는 이후 천년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심지어 충북에 있는 농가를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고 재배법도 배웠다. 몇개월을 먹고나니 대학병원에서도 원인을 알수 없다던 두통마저 사라졌다.

어릴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병이 사라진 것을 경험하니 난희씨는 천년초를 만난 것이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었다. 2006년 말 같은 직장에 다니던 사촌언니 연화씨를 설득해 고향 대구로 내려왔다. 천년초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두 처녀의 농촌생존기

연화씨의 부모님은 기가찰 노릇이었다. 귀뜸도 없이 잘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니 말이다. 난희씨는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지금의 진창마을 외갓집 터에 뿌리를 내렸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랜기간 빈집으로 있던 곳을 두 아가씨가 고쳤다. 언니 연화씨는 난희씨의 꼬임(?)에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사촌이지만 친 자매처럼 어릴때부터 지냈기에 하고 싶은 것은 해야하는 동생의 성격을 잘 안다. 동생이 원하는 일이니 도와주기 위해 시작했다.

연화 난희씨는 경산과 대구가 고향으로 줄곧 도시생활만 했다. 천년초가 아무리 키우기 쉬운 작물이라지만 두 아가씨들이 농촌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가로등이 없어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해 무서웠다. 난희씨의 어머니는 ‘얼마 못버티고 나오겠지’싶었다.

2007년 봄 두 자매의 농촌생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천년초 모종을 사서 50평 땅에 심었다. 두 사람이 직장에서 번 돈을 투자했다. 천년초는 3년이 지나야 약성이 좋아지기때문에 상품화가 가능하다. 3년을 마냥 기다릴수 없었다. 두사람의 양파농가일을 도우며 생활비를 벌었다. 농가일을 하며 동네 어르신의 이쁨도 받게됐다. 두 아가씨가 농가짓겠다니 그보다 기특할게 없었다.

난희씨는 건강만 좋아진게 아니다. 두통 때문인지 대인기피증이 있을 정도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지금은 시골에서 어르신과 지내며 늑살까지 늘었다.

천년초는 듣던대로 잘 컸다. 이식작업을 하다보니 금새 200평, 700평으로 늘었다. 천년초는 키우기 쉽지만 수확작업에 고통이 따른다. 솜털같은 가시가 온몸을 파고 들기 때문이다. 바람만 불어도 날아온 가시가 몸에 박힌다. 고무장갑을 껴도 뚫고 들어왔다. 용접용 장갑이 좋다는 지인의 말에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그 고생을 3년을 했더니 이젠 요령이 생겼다.

천년초는 기의 흐름과 혈액순환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껍질에 독성이 없어 통채로 갈아 먹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소비자와 친해지다

좌충우돌 자매는 하루 일과를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올린다. 대구에 계신 어머니가 방문한 이야기부터 집안의 고양이 이야기까지 그녀들이 농촌에 사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천년초의 효능에 대한 설명은 많지않다. 광고성으로 보이는 것이 싫어서다. 자신들의 귀농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주목적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솔직한 농사를 이해해 준다면 천연초도 자연스레 팔릴거라 생각한다.

네티즌들은 천연초를 사기 위해 블로그에 들리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러다보니 응원도 많다. 전화로 맞선을 주선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귀농에 대한 희망도 주고 있다. 두 사람의 글을 보고 귀농을 결심하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천년초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에겐 기꺼이 권한다. “생산자가 늘면 손해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오히려 반대다. 연화씨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다 잘살아야죠. 좋은 걸 나누면 가지는 것도 커진다”고 말한다.

지역방송에 소개된 이후에는 더 유명세를 탔다. 전국방송에서 섭외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자신들이 성공했다고 하기엔 멀었는데 자꾸 대단한 사람처럼 소개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즐겁게 농사짓고 싶어요”

소비자의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들의 수입이 많지 않다. 대규모 농장에 비해만 지금의 밭크기는 보잘 것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들의 목표는 돈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천년초의 효과를 체험했고 좋아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천년초를 통해 자신처럼 몸이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보니 즐겁게 농사를 짓자는 게 그들의 철학이다. 농사에 재미를 느끼니 농촌도 좋아졌다. 연화씨는 “농업도 살리고 여기서 행복도 찾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천년초와 약초로 가득한 밭 가운데 집을 한채 짓고 사는게 꿈이다.

결혼엔 아직 관심이 없다. 남자보단 천연초에 쏟아야 할 사랑이 더 남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경남사이버농업인 연합회에서 주관한 브랜드개발사업에서 ‘자꾸커’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을 가지게 됐다. ‘자꾸커’란 이름은 작물이 아무 병 없이 잘 자라고 자꾸 커나가는 우리 농산물을 의미한다. 또 농장도 점점 커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성일감사업장 사업공모를 통해 근처에 식품제조가공시설을 짓고 있다. 9월 완공되면 천년초즙 등 가공제품이 나온다.

이들은 즙 외에도 환, 천년초 차 등을 개발해 상품화 할 계획이다.

◇버릴 것 없는 선인장 ‘천년초’

천년초는 일반적으로 약용이나 식용으로 사용되는 선인장 중에 줄기, 열매, 뿌리, 꽃 등 선인장 전체가 상품가치가 뛰어나다. 한국 재래종으로 기의 흐름과 혈액순환에 탁월하다. 비슷한 모양의 백년초와는 달리 껍질에 독성이 없어 통채로 갈아서 먹어도 된다. 중약대사전, 본초강목 등 고헌에 따르면 천식, 수면부족, 변비, 갑성선, 위장병, 당뇨병 등에 효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식용 천년초의 제품문의는 창녕천년초(http://cafe.daum.net/1000nyoncho/) 또는 전화 010-2823-5741로 하면 된다.

강진성기자·정원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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