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통령·정치권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경일시론]대통령·정치권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 경남일보
  • 승인 2024.06.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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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 역시 취임에 즈음하여 이렇게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렇듯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가장 중요하게 수행하여야 할 책무는 국가 보위와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이다. 이같은 취임 선서가 무색하게 국가는 소멸될 위기이며, 국민, 특히 서민의 자유와 복리는 증진은 고사하고, 오히려 감퇴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취임 선서 때 했던 직책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탓이다.

국가 보위와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무엇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먼저 해야 할까? 국토불균형 해소다. 국토균형발전을 오랫동안 추진했지만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집중은 되레 심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불균형은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전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수도권은 발디딜 틈도 없이 초만원이다. 그런데도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몰려 간다. 그렇다보니 수도권에는 거주할 집이 모자라 집값이 폭등한다. 물가도 더 오르고, 교통난은 더 심각해진다. 반면 비수도권은 청년들이 수도권에 몰려가는 바람에 빈집이 즐비하고, 농지는 잡초만 무성하다. 지금 썰렁하고, 황량한 곳이 천지다. 이러한 곳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금 수도권은 값비싼 주거비, 생활비로 경제적 압박이 심하고, 비수도권은 먹을 게 없어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비수도권은 텅텅 빈다. 출생률을 높여 인구 감소를 막는다 하더라도, 비수도권에서 태어난 아이는 커서 수도권으로 몰려가게 된다. 수도권 포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수도권은 경제적 압박이 더 심해지고, 비수도권은 먹을 것이 더 없는 빈곤함에 시달리는 악순환만 거듭될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비수도권 소멸을 가져오게 되고, 결국은 국가도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국토불균형을 해소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지금의 국회의원도 국가 보위와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후퇴시킨 무능·무기력했던 지도자로 낙인 찍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토불균형 해소는 기존 국토균형발전 정책으론 불가능하다. 역설적으로 국토불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우선 국토불균형발전 정책만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한꺼번에 기업, 대학, 공공기관이 파격적으로 비수도권에 내려와야 한다. 자발적으로 안되면 채찍질을 해서라도 비수도권으로 가게 해야 한다. 물론 수도권 사람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할 수 있다. 당장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면 모두가 윈윈하는 정책이다. 전체 국토의 11.8% 밖에 안되는 수도권 좁은 땅에 인구가 3000만, 4000만명이 살게 되면 과연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까. 비수도권이 소멸된 후에 수도권만으로 국민, 특히 수도권 사람들은 잘 살 수 있을까. 결과를 뻔히 알 수 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수도권 사람도, 비수도권 사람도 ‘모두 공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때에는 그러한 일이 안 터질거니까, 당장의 불이익을 당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러한 의식이 존재하는 탓에 비수도권 소멸에 이어 국가 소멸은 더 빨라지고 있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도 증진되지 않고, 퇴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소멸 위기와 자유와 복리 퇴행은 국토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은 비수도권 우선 국토불균형발전 정책을 당장 시행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국토불균형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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