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텃밭에 대한 새로운 시각
[경일춘추] 텃밭에 대한 새로운 시각
  • 경남일보
  • 승인 2024.05.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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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악양중학교 교사
김수진 악양중학교 교사


시골 할머니집 뒤편에 작은 밭이 있다. 밭에는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키운 고추며 옥수수, 파, 상추, 가지, 오이, 배추가 자라고 있다. 할머니는 내가 들를 때면 채소를 따서 넘칠 만큼 주셨다. 받아 온 식재료로 요리를 해 먹은 뒤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시 챙겨먹지 못해 시들어져서 나오기 일쑤였다. 별 생각 없이 그렇게 가벼이 취급했던 농산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먹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심고 키우는지 들여다 볼 노력조차 하지 않은 나였다.

지난 4월, 악양중학교는 진로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생태 감수성 함양을 위해 반려식물 키우기 활동으로 블루베리를 선택했다. 학생들과 함께 블루베리 묘목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별거 아닌 일처럼 보였지만 학생과 교사 모두 성심을 다해 반나절 동안이나 땀을 흘리면서 작업을 했다. 학생들과 나는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한달 여 동안 물도 주고 블루베리 가꾸기를 했다. 블루베리는 어느새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여물어 새카맣게 익었다. 햇살 좋은 어느 날 잘 익은 블루베리 서너 알을 따먹었다. 시중에서 사서 먹는 여느 것보다 달콤하고 맛있었다. 이런 게 수확의 기쁨이라는 것인가. 마침 피자를 만들려는 참이었는데 직접 수확한 블루베리를 이용해 데코레이션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블루베리 외에도 악양중학교 뒤편에는 학생들이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다. 직접 삽으로 흙을 파고 모종을 심고 물을 준다. 학생들은 본인이 직접 심은 농작물을 관리하고 관찰일지도 작성한다.

최근에는 나도 이 농작물을 키우는데 신경이 꽤 쓰였다. 할머니의 채소밭, 학생들의 텃밭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전에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날씨가 춥거나 따뜻하거나 신경을 안 썼지만 요즘은 날씨의 변화에 매우 예민해졌다. 놀러가는 날 날씨만 중요하던 나는 텃밭을 일구고 나서야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이다.

근래 텃밭 가꾸기, 주말농장 체험 등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텃밭 활동으로 내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직접 키우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함양하며 작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공동 작업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태도와 땀과 노동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친환경 공간을 작게나마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넓은 밭이든 아파트의 베란다이던 본인의 아주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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