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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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사천을 통합하자고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주 제안했다. 우주항공청 개청에 발맞춰 ‘서부경남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 요구된다며 들고 나온 거다. 이에 사천시의회에서는 즉각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다 된 밥에 숟가락 걸치기냐’는 분노가 여과없이 쏟아졌다.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맞게 된 사천 도약의 전기(轉機)가 탐나느냐는 조롱이었다. 조 시장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드러낸 꼼수라는 폄훼도 있었다.
이런 감정 섞인 말처럼 진주시장이 지역 이기심에서 이웃의 발전 가능성에 편승하고 싶은 것일까. 누군가 혹평했듯 자신의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꼼수일까. 그런 속마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 길이 없지만 그가 내세운 통합 명분은 버릴 말이 아니다. ‘서부경남 미래 백년 먹거리가 될 우주항공산업의 효과적 육성을 위해 통합은 빠를수록 좋다’는 말은 틀린 소리이겠는가. 그 명분이 그르지 않은 이상 속마음이야 그리 중요하다 할 수 없다.
양 지역을 통합하자는 목소리는 지역에서 향후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공산이 크다. 우선 행정구역 통합 문제를 제한된 의회 목소리만으로 완벽히 차단시킬 수 없겠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이는 과거 다른 지역도 그러했듯 지역 전체 주민이 직접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다수 주민의 뜻이 어디에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통합 주장은 뿌리에서 새싹이 돋듯 무시로 표출될 것이다.
반대 목소리가 큰 동네에도 찬성 의견은 많건 적건 계속 있게 마련이다. 시의회가 제안 철회를 요구하고 거칠게 비난하던 그 시간, ‘그래도 사천과 진주는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적잖았을 테다. 그렇게 볼 때 이번 통합 제안은 지난 2012년 이후 지역에서 가라앉아 있던 이 문제에 다시금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안은 의의가 있다고 본다.
진주시장의 통합 제안을 비난하는 목소리 중엔 ‘독단으로 불쑥 내던졌다’는 비판도 들린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도 진주시의회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도 모르게 혼자 했다는 거다. 상공회의소 같은 민간단체와 사전 의논 한 번 없었다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나름 내놓을 설명이 없지 않다 할지라도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은 지적할 만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런 과정의 불민(不敏)이 제안 자체를 내쳐야 할 만큼 중한 것일 수는 없다. 이 지적은 그가 성찰하고 향후 공적 행보에서 받아들이면 된다.
통합은 서부경남에 오래 전부터 잠재해 있는 여러 지자체들의 과제다. 이제 진주시장 제안으로 다시금 수면에 떠올라 논의가 활발해지리라 본다. 우선 여러 부류의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열린 마음으로 백화제방식 논의를 여기저기서 피워낸다면 좋을 일이다. 어느 블로거의 표현마따나 ‘칼자루를 쥔’ 사천 시민들이 그것에 앞장서서 나서준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허약한 기초지자체들이 지역 발전의 밑그림으로 그리고자 하는 통합은 감정 섞인 언사로 일언지하에 타기(唾棄)해버릴 몹쓸 얘기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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