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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건강에 필자도 일조하는 바가 있다. 우리 아이들 돌본다고 친정어머니께서 와 계시는 바람에 아버지께서 할머니집에 밥을 얻어먹으러 자주 들르시게 되었다. 혼자 있으면 대충 때울 끼니인데 아들을 위하여 요리하고 음식을 장만하니, 뇌가 활성화되고 정서적 기쁨도 느끼고 몸도 움직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 ‘기일즉체(氣逸則滯)’를 설명한 구절이 있는데 이것은 ‘한가로운 사람은 기가 막힌다.’ 는 뜻이다. ‘한가롭게 노는 사람은 몸을 움직여 기력을 쓰는 때가 많지 않고 배불리 먹고 나서 앉아있거나 눕는다. 이렇게 하면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막혀 노권상(勞倦傷)이 생긴다. (중략) 그러므로 사람은 항상 힘을 써야 하되, 너무 피로할 때까지 일을 해서는 안된다. 영위(榮衛)가 잘 흐르고 혈맥이 고르게 퍼지게 일하는 정도가 좋은 것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는 좀을 먹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나이가 몇이든 간에 사람에게는 꾸준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여야 기운도 순환되고 혈액도 잘 소통되어 막힌 곳 없이 몸의 구석구석을 영양할 수 있다. 일부러 목적 없이 몸을 움직이거나 체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지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그다지 즐겁지도 않다. 그래서 소일거리가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매일 집 밖으로 나와 햇살을 쬐고 바깥 공기를 마시며 몸을 움직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더라도, 텃밭에 채소를 기르든 애완동물을 기르든 동호회 활동을 하든 꾸준히 할 일이 필요하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일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지원(진주경희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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