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공룡알
겨울 들판에 웬 공룡알
공룡시대가 다시 도래하나
들판에 가득한 공룡알
죄다 부화하면 어찌되나
-김윤숭(지리산문학관장)
정체불명의 물체를 두고 백악기를 거슬러 쥐라기로 이동하는 시인의 순간포착이 흥미롭다. 일명 공룡알로 불리는 곤포 사일리지(Bale Silage). 축산농가의 사룟값 급등 대안으로, 추수 후 볏짚을 원기둥 모양으로 묶은 뒤 흰 비닐 랩을 피복하여 자체 발효시키는 소의 조사료다. 한 개의 무게가 약 500kg으로 소 한 마리가 50일 동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각설하고, 머릿수건을 풀어 온몸에 달라붙은 피로를 퍽퍽 털어내며 겨우 허리를 펴는 듯한 겨울 들판이 허허롭기만 하다. 그 복판에 비로소 ‘휴(休)우--!’ 기나긴 쉼 호흡 뒤에 찍혀 있는, 문장 부호 같은 공룡알들. 여기저기 부화할 공룡알 둥글이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잠시 이국적인 풍경이다. 부디 곤포가 공포가 되는 날은 도래하지 않기를.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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