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맨’ 구연찬 장암칼스 대표의 ‘끝없는 도전’
‘윤활유맨’ 구연찬 장암칼스 대표의 ‘끝없는 도전’
  • 연합뉴스
  • 승인 201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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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동차사 윤활유 공급에 윤활유 제조사 인수까지
“삼성이 80년대 VTR을 처음 만들어 청와대에 기증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권투경기를 녹화했는데 4회까지만 나오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죠. VTR 내부 온도가 150도까지 올라갔는데 제대로 된 윤활유를 쓰지 않아 녹화 도중에 테이프가 녹아버린 거예요.”

 특수 윤활유 제조업체 장암칼스㈜ 구연찬(71) 대표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제조업체들은 윤활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면서 “윤활유는 자동차·전자·철강을 만드는 공장의 ‘소금’”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현재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기업과 해외 40여개 국가에 특수 윤활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장암칼스는 연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굴지의 자동차 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2015년까지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윤활유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계약기간과 단가는 나왔고 물량만 확정되면 바로 선적에 들어갈 것이라고 구 대표는 전했다.

 구 대표는 또 외국에 판매·생산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의 우량 윤활유 기업 M&A(인수합병)를 적극 추진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휠라나 타이틀리스트가 했던 M&A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구 대표는 “직접 나가서 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어 이미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계 기업을 사려고 한다”면서 “우리보다 10∼20배 큰 공룡을 잡아먹으려 하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과 일본에 규모가 훨씬 큰 경쟁사들이 즐비하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 5년 안에 연매출 1천억원을 달성할 계획도 세웠다.

 ‘윤활유맨’인 구 대표의 창업은 좌절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에서 윤활유 회사를 키우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플라스틱협동조합에서의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1980년 윤활유 수입을 시작했지만, 3년 만에 자본금을 전부 날리고 형·동생·처가·친구 등 손 안 벌린 곳이 없었다.

 사업 초기만 해도 국내 업체들은 기계가 멈추면 인건비가 싼 정비인력을 투입할 뿐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윤활유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영업을 뛰며 제품을 소개했지만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젓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구 대표는 “우리 윤활유를 한 번 써본 담당자들은 좋은 걸 알고 계속 구매하려고 하는데 가격이 다른 곳보다 5∼10배 비싸다 보니 구매처 임원들이 ‘너 도대체 술 을 얼마나 얻어먹고 산 거야’라며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역경 속에 1980년대 중·후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게임 유치 이후 투자 활성화로 공장이 늘어나고 정비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윤활유 수요가 급증했다.

 공장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기계가 한 번 멈출 때 발생하는 손해가 너무 커진 것이었다. “윤활유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그는 말했다.

 장암칼스는 당시 대우그룹의 미싱용 코팅 윤활제를 개발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돼 도약기를 맞게 됐다.

 일본 기술자를 초청해 2년간 극진히 대우한 결과 윤활유의 국산화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얻어냈다.

 때마침 한국지엠으로부터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김우중 회장이 자동차 윤활유의 국산화를 지시하면서 대우자동차에도 윤활유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제품 가격이 수입산의 절반밖에 안 돼 기아자동차와도 곧 계약을 맺었다.

 구 대표는 “지난 10년간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기업에 납품하면서 인증받은 기술력으로 해외로 확장하고 있다”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살 길은 실력을 키워 외국으로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경지식이나 경험도 없이 무작정 윤활유 사업에 뛰어들었던 구 대표는 주변에서 보기에는 무모한 도전을 계속한 탓에 여러 난관과 힘든 경쟁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스피드(속도)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윤활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많은 것을 지르고 빠르게 추진하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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