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고물가와 추석 풍습
[천왕봉]고물가와 추석 풍습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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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창원총국장
추석 연휴가 끝났다. 전통 예복을 입고 차례를 지낼 정도로 풍습을 엄격히 지켜온 집안들도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추석 때 차례 지내는 가정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선산 벌초 때 간단한 음식을 차려 조상을 추모하는 것으로 차례문화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반면 사찰에서 열리는 합동 차례에는 참가자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위패 하나당 5만~10만원 정도만 내면 차례를 지낼 수 있어 조상에게 예를 갖추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제사 또한 마찬가지로 사찰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에서도 차례상을 간소화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며 송편과 제철 과일, 나물, 술 정도만 올려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민들을 옥죄고 있는 고물가가 민족의 명절인 추석 풍습마저 바꿔놓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보니 마트엔 싸고 간단하게 차례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간편식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중고거래 사이트엔 필요 없는 추석 선물을 팔고, 저렴하게 사가려는 사람들이 몰렸단다. 언제부터인가 대형마트에서도 5만원 미만 저가 선물세트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연휴 풍습이 달라지면서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웃렛 매장은 개점 이래 처음으로 추석 당일 영업을 했고, 편의점은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락을 내놓았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 여파로 풍성한 한가위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 풍성하지는 않아도 가족들이 이 때만큼은 오순도순 모여서 덕담이라도 나눴으면 한다.
 
김순철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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