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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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9.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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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디카시의 시작과 그 눈부신 확장(1)
‘디카시’란 디지털 카메라와 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그 확장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 생겨난 문학 양식이 한국을 넘어 이미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2004년경 진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이상옥 시인이 카메라로 자연 또는 사물을 찍고 이어 직관으로 그 영상에다 짧게 시적 언술을 부가한 짧은 시를 지으면서 붙여진 이름이 ‘디카시’이다.

이시인은 고성 마암면(?)에서 태어나서 디카시 본부를 고성문화원에다 두고 거기서 마산 창신대 문창과 교수로 출퇴근하는 프린스 차중에서 차창밖 풍경을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에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시작한 디카시는 초창기 그의 학맥이 닿는 진주의 문단 선후배들과 창작적 애환을 나누곤 했는데 아직 그 개념을 겨우 얽어가고 있으면서 진주의 가마못 메꾼 자리에 방을 얻어놓고 있던 남가람문학회에도 들러 이리 저리 디카시라고 하면서 즉흥시 수준으로 전설을 만들었다. 그때 필자도 그 가마못에 비가오는 날 늑대소리가 들려 “잃은 자식 찾아서 못가에까지 내려온 저 모성의 애닯은 울음”이라고 구술하기도 했다.

이상옥 시인은 이번에 제4디카시집 『에덴의 동쪽』(2024, 작가)을 출간했는데 그동안 『고성가도』, 『장산숲』, 『고흐의 해바라기』(시와 편견)를 낸 바 있다.

이번 시집 『머리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산물이다. 2004년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할 때 나는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시를 실험했다. 당시 문창과 교수로서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응전이었다. 2007년 정기 간행물로 반년간 『디카시』 창간호를 낼 때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했다. 디카시는 저커버그와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 구축된 플랫홈을 타고 극순간 멀티언어예술로서의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는 곧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명의 이기들은 인간을 ㅤㄹㅘㄱ장시켜 왔지만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 만큼 인간을 더 많이 확장시킨 것이 있을까. 스마트폰은 외장형 뇌일 수도 있고 눈일 수도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초강력 엔진인 스마트폰을 장착한 디지털 시대의 확장된 신체의 인간형이 ‘호모 스마트포니쿠스’이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표상되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확장된 신체를 지닌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AI쳇 GPT도 이용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 교수가 문명과 이기와 그 심부에 들어가서 적극 그 내밀한 진보의 세계에 몸을 맡기는 것을 본다. 디키시는 그 어우름에 놓인다는 진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그 과정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진보라는 것도 시대의 어금니와 시대의 어금니가 맞물려지는구나! 하고 감탄사 하나쯤 가지고 디카시에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긱이 든다. 다만 AI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시집의 차례는 크게 두 갈래로 잡고 있음을 본다. <제1부 호모스마트포니쿠스, 한국>, <제2부 호모 스마트포니쿠스, 베트남>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활용의 인간형을 호모스미트포니쿠스로 번역하면서 소재와 공간의 외연을 일단 한국에서 베트남까지로 넓혀 잡고 세계는 살아온 지식 체험의 극대화로 잡아놓는다.



형이상학적 탐구를 하라는 듯

머리에는 하늘로 가득하다

-「구룡대학교 연구실이 있는 풍경」

설명할 것 없이 구룡대ㅤㅎㅏㄲ교는 베트남에 있는 대학이다. 제2부의 첫작품이다. 폰으로 찍은 대상은 대학의 2층 건물이고 그 옥상 위로는 흰구름이 떠 있는 하늘이다. 매우 편안한 포즈로 언술을 표기하고 있다. 표기라는 말은 의미 이해의 수준에서 머무는 낱말이다. 어렵게 비비꼬아 쓰지 않는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시인은 베트남에 가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시는 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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