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채영 마루문학 대표
자연은 도덕이었다. 나무는 뭔가에 지고 있었다. 보살핌이 없다면 지고 쓰러지는 것들은 인간이 빌려서 거둔 것 들이었다. 실내에 있었던 생물들이 무언가에 지는 순간 내쳐짐을 당해 밖으로 던져졌다.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가 바스락 거릴 때쯤 가지 일부는 떨어져 나갔다.
큰 화분에 눈이 가긴 갔으나 달리 어찌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봄이 오니 새파란 싹이 그 곁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뽑을까 말까 하다 생각에 잠긴다. 겨우내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는데 하며 잡초라도 그 노력이 가상해 뽑지 않았다. 아니 잡초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살게 하고 싶었다. 그런 맘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여린 싹은 어느 날부터 제법 실한 대궁을 키워내고 있었다. 키만 멀대같더니 여름 어느 날 아주 작은 꽃을 피웠다. 별같이 생긴 아주 작은 꽃이 근사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것이야 인생 뭐 별거 있어, 소 뒷걸음치다 한 건 하는 날인 게지. 잡초 인생이라지만 꽃피는 날도 오는 게여, 암 그렇고말고…’ 궁시렁 거리며 잡초가 핀 화분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실내로 다시 들여와야 했다. 별같이 총총 박힌 꽃 화분을 낑낑대며 남편도 합세해 낑낑대며 어찌어찌 겨우 들여놓았다. “아이고 우두둑 허리 금 갈 뻔 했네 허참…, 보도시 들여 놨네”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꽃 대궁을 받쳐주고 더러운 화분을 깨끗이 닦고 닦아 윤까지 냈다. 그리고 자리 또한 이왕이면 제일 중심 자리에 앉혀 두기로 했다.
시장 난전에서 산 삼천 원 티셔츠가 생각났다. 볼품이 없는 티셔츠였는데 어쩌다 드라이 맡기는 옷에 끼여 가서 드라이클리닝이 돼 돌아왔다. 어느 날 그옷을 입었더니 사람들이 무슨 메이커냐고 명품 티셔츠인양 물어 보던 일이 생각났다.
3000원짜리 티셔츠도 드라이클리닝으로 고급 의류로 대접받듯이 세시화에게 조명까지 비춰 주었더니 정말 고급 화초가 됐다.
조물주의 조화를 흉내 낸 내가 오히려 세시화를 동경한다. 그러니 열심히 살 일이다. 부지런히 스스로를 다듬고 때를 기다려야 할 일이다. 내 인생도 그리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세시화가 피는 오후 3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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