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한 경남작가 2명 누구?
2024 부산비엔날레에 참가한 경남작가 2명 누구?
  • 백지영
  • 승인 2024.08.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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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보기' 주제로 36개국 작품 소개
국내 참가작가 17명 중 15명 수도권·부산
불교적 작품 선보인 경남 작가 2명 포함
지난 16일 2024 부산비엔날레 주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방문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2022년 전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프리즈(Frieze)’로부터 세계 10대 전시로 소개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던 부산비엔날레가 2년 만에 돌아왔다.

광주국제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함께 국내 3대 비엔날레로 평가받는 굵직한 비엔날레로 세계 36개국 작가 78명(62개 팀)이 참가한다. 올해는 중동과 카리브해, 아프리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지역 출신의 작가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다채로운 문화와 관점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작가는 모두 17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수도권이나 부산 기반 작가 15명 외에는 경남에서만 2명이 참가했다. 불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을 선보여온 송천(양산), 이가영(밀양) 작가로, 두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 세계에 눈길이 간다.

 
2024 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송천 작가가 자신의 뒤에 걸린 비엔날레 출품작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비엔날레 관계자는 “지역별로 작가를 배분하기보다는 전시 감독이 주제와 맞닿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마침 경남지역 작가 2명이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엔날레는 지난 1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20일까지 부산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과 원도심의 부산근현대역사관 내 금고미술관, 한성1918, 초량의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 초량재 등 4개의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어둠에서 보기’로, 공동 전시감독인 베라 메이(뉴질랜드)와 필립 피로트(벨기에)는 해적들이 시도한 공동체 방식과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불교 도량의 깨달음에서 출발한 주제라고 설명했다.

2024 부산비엔날레 기념 가방 이미지로 사용된 송천 작가의 ‘진리의 눈’.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1층 전시실 천장에 가까운 벽면에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작품으로, 당초에는 눈을 깜빡이는 영상으로 제작해 벽면에 투사하는 방식을 검토했던 작품이다. 백지영기자
2024 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송천 작가가 비엔날레 출품작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8m 높이로 마주한 마리아와 관음=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로 들어서면 높은 층고를 한껏 활용한 초대형 불화가 눈에 띈다.

은빛 찬란하거나 녹슨 파이프 등으로 제작해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주는 설치 작품들 사이 고고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노르스름한 빛깔의 족자, 양산에서 활동 중인 불화가 송천 작가의 작품이다.

송천 작가는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장과 불교미술사학회장 등을 역임한 불화가로, 현재 성보문화유산연구원 원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1년 전 부산비엔날레 참가 제안을 받자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 성보박물관장직을 내려놓고 신작 제작에 매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를 비엔날레 참가로 이끈 2012년 작 ‘견보탑품:통도사 영산전 벽화 모사’와 함께 신작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와 ‘진리의 눈’을 선보인다.

‘관음과 마리아-진리는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는 가로 2.81m, 세로 8m 규모의 초대형 불화 2점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품은 불교의 관세음보살과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가 늘 우리를 지켜봐 주는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를 ‘진리’라고 표현하는데, 관음과 마리아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묘한 대칭을 이루는 두 작품에 녹여냈다. 한지에 그려낸 관음은 13세기 전형적인 고려 불화 양식으로 그려내 화려함을 자랑하는 반면, 비단에 담아낸 담긴 마리아는 12세기 이탈리아에 남겨진 모자이크 작품 속 복식을 참고한 창작 의상으로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송 작가는 “두 작품을 비교해 감상하면서도,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누르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작품”이라며 “비엔날레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순회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원형 눈이 예배자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듯 시선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조선 후기 괘불에 영감을 받은 ‘진리의 눈’도 눈길을 끈다. 이번 비엔날레 기념 상품으로 제작된 가방에도 등장하는 비엔날레 대표 이미지다. 당초 명상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눈을 깜빡거리는 영상으로 제작해 전시장 벽면에 영사할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변경해 전시장 벽면에 아크릴로 직접 그려 넣었다.

 
2024 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방문객이 송천 작가와 전시 기획자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백지영기자
2024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한 이가영 작가가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다. 사진=이가영
◇추상화에 녹여낸 포용의 무경계=밀양에서 활동 중인 회화가 겸 조각가 이가영 작가의 작품들도 부산현대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이가영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학과 등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온 작가다. 서울에 있던 당시에는 작업실 규모와 소음 등의 문제로 조그만 그림 작품을 주로 그려왔지만, 6년 전 밀양 삼랑진으로 귀촌을 계기로 조각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이 작가는 “밀양과 연이 닿아서 창고 겸 작업실을 두고 서울을 오가다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 완전히 이주하게 됐다”며 “마당에서 전기톱으로 나무를 깎으며 서울에서는 여의찮았던 조각 작업을 하기 훨씬 좋다”고 했다.

이번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가 중국에 머물던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제작한 무채색 회화 연작이다.

단순한 원과 사각, 선으로 이뤄진 그의 작품들은 세계의 근원과 작동 원리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한다.

 
2024 부산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린 지난 16일 부산현대미술관을 찾은 방문객이 이가영 작가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중심과 중심이 아닌 것이 서로를 교차하며, 중심을 구분하는 경계인 ‘선분’과 ‘선분 내부가 다시 공간이 되는’ 영겁의 순환이 반복된다. 작품 속 모든 경계는 포용의 공간을 내포하는 무경계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

비엔날레에서는 선보이지 않은 그의 최신작, 동식물과 사람을 소재로 한 구상 조각·회화와 일견 다른 듯하지만 세계의 근원과 존재들 간 상호 관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관은 맞닿아 있다.

이 작가는 “과거 절에서 살아보기도 했고 삭발에 나서기도 하는 등 삶의 행로가 불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불교적 성향이 짙게 밴 작품을 내놓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6일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가 열리는 부산근현대역사관 지하 금고미술관에서 방문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금고미술관은 과거 한국은행 부산본부였던 부산금현대역사관 지하에 있던 금고를 개조해 만든 전시 공간으로 화폐를 보관하던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16일 2024 부산비엔날레 전시가 열리는 초량재에서 방문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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