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국 소소책방 대표
지난주 해외 뉴스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은 일본의 지진 소식이었다. 큐슈 미야자키현 동쪽 해역에서,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 서쪽 지역에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 북동쪽 해역에서 사흘 연속 큰 지진이 일어났다. 일본 기상청은 도쿄 앞바다 난카이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난카이 대지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처럼 엄청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직접 피해는 없겠지만 만약 일본 기상청의 우려대로 지진이 일어난다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2015년 9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지역을 직접 눈으로 보고 왔다. 원전에서 약 4㎞ 떨어진 나미에초까지 갔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었다. 원전 주변 지역은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검은 자루에 담아 쌓아둔 야적장이 곳곳에 있었고, 도로에는 해안 방벽 공사에 동원된 트럭들이 많았다. 쓰나미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던 마을의 건물들은 온전한 채 비어 있었다. 꼭 세트장에 온 기분이었다. 가게에는 집기가 그대로 있었고, 주유소 주차장에 차들도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였다. 도로 곳곳에는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전광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자연재해는 언제든 우리 삶을 한순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도 인간의 예측치를 벗어난 지진과 쓰나미에 속절없이 방벽이 무너지고 전기가 끊겨 냉각수를 핵연료봉이 있는 노심으로 보내지 못해 결국 외벽 전체가 붕괴되고 주변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다.
우리나라도 고리, 월성, 새울, 한울 등 경상도 동해안 지역에 원전이 밀집해 있다.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원전을 더는 지어서는 안 되겠지만,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어떤 자연재해에도 완벽하게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 좁은 땅에 많은 원전을 운용하는 우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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