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선택에 관하여
[경일춘추]선택에 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24.08.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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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윤 진주교대 교수
최종윤 진주교대 교수


학창 시절,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 시적 화자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다. 이 시의 표현처럼 선택의 순간 우리가 정한 결정은 삶의 모습을 바꾼다. 수강 과목을 결정한 대학생의 다음 학기, 목적지를 정한 어느 가족의 나들이 풍경은 선택의 결과로 펼쳐진 삶이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어느 한 길을 결정하는 순간 가지 않은 길이 생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선택이라는 개념 자체도 마찬가지다. 선택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선택의 의미와 가치는 달라진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제시된 선택의 개념은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이다. 선택은 인간의 판단을 요구하는 인지 작용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관계, 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필자는 글을 쓸 때 글감을 선택하고 단어를 선택한다. 같은 소재와 장르로 글을 쓰는 필자들이라도 각각의 상황 관계 환경에 따라 다른 글감이나 단어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선행 경험이나 지식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면 풍부한 경험이나 어휘력은 필자가 글감을 선택해 내용을 생성하거나 단어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습관에 관한 인식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습관은 인간의 움직임을 단순 정확하게 만들면서 피로를 줄여준다고 했다. 습관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한다. 무조건 습관대로 하는 선택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습관이 선택에 영향을 미침을 견지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존감이다. 선택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연결하는 일종의 교차점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며 품위를 지키려는 감정이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택은 동전의 양면을 고르는 것처럼 늘 명확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온 경험이나 지식, 습관 등을 토대로 주변 상황이나 관계, 환경 등을 파악한 후 판단을 내린다. 따라서 선택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가 녹아 있는 개인적 의식이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한 사람은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하나의 길만 밟는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소중한 결정임을 인식하고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선택한 그 길이 행복이 가득한 삶의 여정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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