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협은행원은 오늘 아침에도 밥집으로 출근한다
[기고]농협은행원은 오늘 아침에도 밥집으로 출근한다
  • 황용인
  • 승인 2024.08.1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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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래 NH농협은행 경남본부장
조청래 NH농협은행 경남본부장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여름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심을 벗어나는 차량이 줄을 잇는 도로 옆 들판에는 녹음이 짙어가고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는 벼가 그 속을 채워가고 있다.

올해도 쌀농사는 풍년이 예상된다. 하지만 농부의 마음은 애가 타들어 간다. 쌀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에 통계청이 발표한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지난해에 쌀을 소비한 양이 약 56.4㎏이다. 196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쌀 소비량도 154.6g으로 역시 최저치를 갱신했다. 쉽게 말해 하루에 즉석밥 1개도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래 세대의 쌀 소비량은 더 우려스럽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2년 기준 초·중·고등학생은 33.1%, 대학생은 59.2%에 이른다고 한다. 아침 식사를 안 하는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66.1%), 먹고 싶지 않아서(57.8%), 다이어트(7.2%) 등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6월 전국의 농협이 보유한 쌀 재고량이 55만 1000톤으로 전년 동월대비 78.3%나 크게 증가했다.

경남도의 사정은 더 어렵다. 경남농협의 쌀 재고량이 3만6000톤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근래 5년 중 최고다. 이런 추세라면 쌀값 하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농업인이 최소한의 영농비를 회수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농촌에는 자조섞인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 농협이 이런 현실을 감안해 ‘범국민 쌀 소비 촉진운동’에 나섰다. 농협이 보유중인 쌀 재고 약 5만톤을 소진하고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코로나19이전 수준인 60㎏까지 회복해 쌀값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도내기관, 기업체와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개하고 쌀 소비 붐을 확산키로 했다.

쌀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한 식량안보 측면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17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자급률이 84.6%인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쌀 산업이 흔들리면 식량자급률은 크게 훼손된다. 최근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쌀 생산 감소 사태는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다음으로 쌀의 영양학적 가치이다. 쌀은 밀과 비교해서 여러 영양학적 이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쌀밥을 먹을 땐 빵, 면을 먹을 때 보다 인슐린 분비가 적어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적게 나타났다. 쌀에는 글루텐이 전혀 없다.

쌀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정하고 건강한 한식밥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더불어 벼농사는 대기 정화, 수자원 함양, 홍수와 토양 유실 방지 등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

연일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 학업에 지친 자녀를 위해 집안일에 지친 주부를 위해 즉석밥과 간편식으로 상차림을 하면 어떨까 싶다.

농협은행은 오늘 아침에도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믿음 속에 쌀의 가치를 공감하고 우리 농업인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함께 하는 마음으로 밥집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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