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국회의 ‘可·否’ 한글은 안 될까
[천왕봉]국회의 ‘可·否’ 한글은 안 될까
  • 경남일보
  • 승인 2024.07.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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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부’로 읽는‘不’와 ‘否’는 대표 훈(한자를 읽을 때 음 앞에 통상 풀이해 놓은 뜻)이 둘 다 ‘아니다’이다. ‘아닐 부’인 것. 앞뒤로 접한 글자 뜻을 부정한다. 부결(否決) 부정(否定 不定) 부인(否認) 불인(不認) 불가(不可) 가부(可否) 부당(不當) 당부(當否)…. 두 글자 간에는 의미상 차이가 있지만 엇비슷하여 막상 쓸 계제엔 헷갈리기 일쑤다.

▶갑골문에서 不 자는 씨앗이 땅 속으로 잔뿌리를 내린 꼴이다. 땅 위로는 아직 싹을 틔우지 못 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 ‘못 하다’는 뜻을 지녔다는 것. 여기에 입 구(口)를 결합한 아닐 否 자는 ‘아니라고 말하다’란 뜻으로 만들어졌단다. 不는 잘못된 현상 그 자체를 뜻하고, 否는 ‘옳지 않다’는 식으로 부정하는 말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며칠 전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표결 때 여당에서 당론 이탈표 4표가 나왔다. 이 중 3표가 否 아닌 不를 쓰거나, 可를 써야 반대인 줄 알고 그렇게 쓴 걸로 드러났단다. 不는 무효, 可는 찬성이니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결과가 된 것이다. 당에서는 실수였음을 확인했다지만 그게 확인될 일일까. 야당쪽에선 이탈 표라며 은근 싱긋 웃었다.

▶실수인지 무식인지는 알 길이 없을뿐더러 국힘당 ㅇ딸도 아닌 터에 알 필요도 없다. 번연히 알 만한 ‘副作用(부작용)’을 큼직하게 ‘不作用’으로 지면에 냈던 옛 기억에, “실수라면 국회의원 자격 없다”며 빈정거릴 뜻은 더더욱 없다. 그저 가·부를 굳이 한자로 쓰게 한 국회법(법인지 모르겠다) 고치면 안 되나 싶어 끼적여 보는 소리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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