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오리라!
서로 의지하며
―김정숙(부산), ‘휴업’
‘휴업’의 시적 대상인 빨래집게의 역할은 빨래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이다. 이 존재의 역할은 날씨가 좋을 때만 가능하다. 이미지만으로는 단순할 수 있지만, 시적 의미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빨래집게를 날씨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로 비유한다면, 시적 정조는 사뭇 슬퍼진다. 공치는 날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날이 맑기만을 바라고 “서로 의지”가 필요한 집단은 가진 사람,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다. 서로 처지가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의지 삼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디카시의 매력은 이런 데 있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적 메타포를 만날 수 있다. 시인·계간 ‘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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