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부산-경남이 의기투합한 ‘자치주 독립’ 구상
[경일시론] 부산-경남이 의기투합한 ‘자치주 독립’ 구상
  • 경남일보
  • 승인 2024.06.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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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부산 경남 행정 통합이 다시금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주에 만나 양 시·도의 행정 통합을 본격 추진키로 한 것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축을 만들려면 행정 통합이 필요하다는 명분이다. 지난해 이맘때 같은 사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주민 반응이 신통찮아 동력을 잃었던 얘기가 1년여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거다.

양 시·도는 오는 9월까지 통합안을 마련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일이다. 각자의 입장과 셈법이 달라 양쪽 다 흔쾌히 수용할 합의안이 두세 달 만에 마련될지 의문인 거다. 또 내년 3월께 실시한다는 시·도민 여론조사 결과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5~6월 조사에서 반대 45대 찬성 35 정도로 행정 통합을 탐탁찮아 했다. 그랬던 시·도민 뜻이 그새 찬성으로 돌아설 획기적 상황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아무튼 이 두 가지가 생각대로 잘 풀리면 통합은 일사천리로 무난할 것인가.

양 시·도지사의 통합 구상이 아직 구체적 단계는 아니지만 큰 윤곽은 공동합의문에 나타나 있다. ‘부산·경남 행정 통합 특별법을 제정한다’, ‘특별법엔 통합체가 연방제 국가 주 정부 수준의 실질적 권능과 권한을 갖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그 권한과 권능이 현재의 광역단체에 주어진 그것과 비슷하다면 통합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특별법에다 예컨대 미국의 각 주처럼 강화된 행·재정적 권한을 담아야 한다는 것.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국세의 상당 부분을 이양받아야 할 일들이다. 이렇다면 현재의 시·도 조례와는 격이 다른 자치법과 입법권이 요구될 것이다. 그런 권한과 권능은 누구로부터 받게 되나?

대구-경북이 지난달 통합 추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지역도 통합에 열을 올리다 지난 2021년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러다가 올 상반기 다시 꺼내들어 지난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구시장-경북지사-행안부장관-대통령실 지방시대위원장이 함께 논의를 가졌다. 하여 2026년 지방선거 직후인 그해 7월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필요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런 터에 부산·경남 통합에 중앙정부가 안 된다고 막아서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현재 지방이 추구하는 정도의 행·재정권과 입법권을 허여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독립 선언’ 수준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중앙 권한을 강화해 온 중앙정부일진대 자치주 구상은 꿈속의 기와집이 아닌지 모르겠다.

특별법인들 국회 문턱 넘기가 쉽겠나. 부산·경남 통합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야권에서는 비아냥이 스프링처럼 튀어나왔다. 양 지자체 간의 합의와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확정, 특별법 단계에 이른 부·울·경 특별연합은 걷어차더니 무슨 행정 통합이냐고 빈정거린다. 메가시티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제창했던 프로젝트. 때문에 그 무산은 현 야권에게 응어리져 있다. 거기에다 현 국회를 장악한 세력은 민주당이다. 부산·경남이 바라는 ‘독립주(州)’ 특별법을 제정해줄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쨌거나 두 시·도는 통합 시동을 다시 걸었다. 명분은 650만 인구에 역내 총생산이 200조에 달하는 초광역 자치단체로 탈바꿈하자는 것. 하여 서울권 일극 체제를 양극 체제로 만들어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살리는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딴 방향으로 의심하고 있다. 명분의 포장을 벗겨내면 거기엔 뭔가 다른 정치적 속내가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의심이다. 임기 중에 무슨 일이든 만들어 매달리고 싶은 게 선출직의 태생적 속성이라고 보는 불신인 거다. 이를 불식시키고 명분의 진정성에 대한 주민의 믿음부터 얻는 게 통합 재추진의 선결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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