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숨은 영웅들]진주 출신 93세 허함수 씨
[6·25전쟁 숨은 영웅들]진주 출신 93세 허함수 씨
  • 정웅교
  • 승인 2024.06.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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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경남서부보훈지청 공동기획
고단했던 청춘, 고독한 노년 살아내

“폭탄을 싣고 떠난 비행기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진주에서 태어나 올해 93세인 허함수 씨는 6·25 전쟁 당시 공군에서 겪었던 경험을 이 같이 전했다.

당시 22세였던 그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 공군에 입대하게 됐다. “19살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두려움 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만 먼저 군으로 간 두 형님을 따라 제가 입대하게 되면서 부모님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사천에서 시험을 치르고, 대전 항공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강릉으로 배치됐다. 제대로 된 군화가 없어 천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전쟁을 치렀고, 군복도 품질이 낮은 천으로 만들어 형편없었다. 신발을 살 곳조차 없어 맨발로 다녀야 했던 그 상황 속에서도 전쟁은 지속됐다.

공군사병이었던 그는 비행기 조종 대신 출격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폭탄을 싣고, 기름을 보급하고, 기계 정비 등을 담당하며 전쟁의 일선에서 헌신했다. 야간이 되면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부대 옆까지 들려오고 낮이 되면 다시 조용해지는 일상이 매일 반복됐다는 기억을 생생하게 전했다. “전쟁 중에는 비행기가 출격한 후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포탄에 맞아 불이 붙어 화상을 입고 돌아온 병사들도 있었습니다.”

전쟁 중에는 부족한 먹거리·휴식이 그를 더 괴롭혔다. 한 달 급여는 3000원 가량 됐지만, 월급에 비해 비싼 물가에 먹거리가 항상 부족해 배고픔에 시달렸고, 특히 전쟁 중이었기에 24시간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서는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할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였기 때문에 항상 전투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하면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겨를도 없었다는 것이다.

군 전역 이후에도 문제였다. 5년 8개월간 군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직업도 없었고 취직도 어려워 일용직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점심도 직접 도시락을 싸와 먹고, 휴식시간 없이 하루 종일 일하며 일용직 생활을 했지만 한 달 급여로 쌀 한 포대 값을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또 연료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불을 직접 때서 생활을 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전쟁 이야기가 단순한 회고를 넘어 후세대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페이지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겨야 합니다.”

유공자 지원 강화도 강조했다. “많은 독거노인 유공자들이 외로움 속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으며, 취미생활조차 즐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리=정웅교기자

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기자단 허수민 기자가 6.25참전용사인 허함수 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경남서부보훈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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