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산을 바란다
쓰레기 없는 산을 바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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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가을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산으로 향한다. 단풍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가을을 가장 즐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산이고 또 산에서는 만산홍엽이란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또 색색의 옷을 입은 나무들의 패션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 사람들이 늘어나면 필자는 걱정이 하나 앞선다. 바로 쓰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 있고 또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시락이며 먹었던 음식물쓰레기 등을 되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산행 문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상등극 산행이다. 정상까지 올라가서야 산에 왔다고 생각하고 또 정상 근처에서 가져 온 보따리를 풀고 음식을 먹는다. 도시락이야 가져 온 것을 먹고 쓰레기는 되가져 가면 문제는 안 된다. 그러나 사탕이나 초콜릿, 과일 등의 껍집은 대수롭지 않게 버리기 일쑤다. 봉지가 크다면 버리려다가도 다시 생각해 되가져가지만 조그만 껍질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버린다. 등산로에서나 숲에서 반짝거리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러한 종류다. 그뿐인가. 귤이니 사과니 과일껍질은 썩을 것이라 생각하고 버린다. 그러다보니 절벽이나 바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통 쓰레기 천지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닐 때 버리려고 하는 나쁜 마음이 슬그머니 생겨나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말이다.

이처럼 낭떠러지나 바위가 높이 솟아 아래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또는 숲 속 바위틈, 정상 근처의 바위틈 등 쓰레기를 쑤셔 박아 놓은 곳들은 수도 없이 많다. 출렁다리 아래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장소에서는 어김없이 버려진 쓰레기를 목격할 수 있다. 묘한 마음가짐이다. 눈에 쉽게 뜨이지 않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려는 마음, 아마도 그것은 버릴 때의 창피함, 버리려 했을 때 누구에게라도 들키면 창피할 것이라는 마음, 아무도 보지 않았겠지 하는 안도감 등등이 작용해서 그런 곳들을 선호하는 것일 게다.

산행을 하다보면 그런 곳들에서 쓰레기를 목격한다. 쓰레기가 한 곳에 모여 있다면 그 산을 관리하는 누군가라도 치울 것이고 또 치우기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바위틈에 박아 놓으면 그것은 정말 치우기가 곤란해진다. 일일이 그것들을 찾아 나설 수도 없고 또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산의 바위틈이나 절벽 아래는 쓰레기들이 숨바꼭질하기 딱 좋은 곳이 되어버렸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전혀 마음 쓰이지 않고, 그것이 버릇이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산은 청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청정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 산에 갔던 마음이 쓰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지고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면 그것 또한 마음이 상하는 일이다.

적어도 산에는 쓰레기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산이 지닌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청정함이다. 산에 쓰레기가 없으려면 산에 가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 이미 버려진 것들은 치워야 한다. 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제언해 본다. 과거 일사일산, 한 산 가꾸기 운동을 하던 수많은 기업체나 관공서들은 다 어디에 갔을까. 최소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만이라도 우선 쓰레기 치우기 운동을 했으면 한다. 국립공원이야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는 관리 주체가 명확하니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네의 작은 산, 사람들이 자주 찾는 국립공원을 제외한 산에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아니면 일사일산을 지정한 업체 또는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 산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사실 한 두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치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쓰레기를 버렸던 한 두 사람들이 누적돼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그 동안 자연정화운동이니 다양한 청결운동이 있어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도 산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산을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쓰레기봉투와 장갑이라도 나눠주고 쓰레기를 가져올 수 있는 운동도 필요하다. 아마도 한두 번만 이런 행사를 한다면 금방 그 산에는 쓰레기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산은 말 그래도 청정한 산의 이미지를 되찾을 것이다. 산에서 쓰레기를 가져온다는 말이 무색하게 되어야 한다. 이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산에 갔을 때 보이는 쓰레기는 내가 주워와 버릴 거라는 아주 작은 실천을 해 주시길 말이다.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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