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의 경남극단사 막전막후(2)진주 극단 현장
이상용의 경남극단사 막전막후(2)진주 극단 현장
  • 경남일보
  • 승인 2024.07.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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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예술제 탄생의 씨앗 뿌린 진주연극 1세대
설창수, 열혈 연극인으로 희곡 집필·배우 활동
이병주, 진주극문학연구회 중심 연극활동 참여
극단 현장 '복합문화예술공간' 개관 저력 과시
진주를 예향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진주가 불세출의 예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특히나 대중가요 분야가 그렇다. ‘무정 열차’를 부른 남인수, ‘불효자는 웁니다’를 작곡한 이재호, ‘목포의 눈물’을 작곡한 손목인, ‘밤안개’를 작곡한 이봉조, ‘대머리 총각’을 작곡한 정민섭, 그리고 가수 위키 리(이한필) 등등 당대를 풍미한 예인들이 모두 진주 출신이다.

그리고 예향 진주를 언급하면서 극단 현장을 빠뜨릴 수가 없다. 극단 현장은 진주연극을 지켜오는 든든한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현장은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이하기에 그간의 궤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진주연극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주연극은 극단 현장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그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왔다.

 

다른 지역과 엇비슷하게 진주연극도 1945년 8·15 해방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 중심인물은 강석천·박생광·박세제·설창수·오제봉·이경순·이용준·정대기 등으로, 그들은 문화건설대를 조직해 경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1946년이 되면 일제강점기의 해외 유학파인 이병주·박두석·신예균 등이 진주극문학연구회를 조직하고는 창립 공연으로 ‘황혼’(송영 작·이병주 연출·진주극장)을 무대에 올린다.

사실, 진주 연극을 일별하면서 설창수와 이병주를 건너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두 사람은 진주연극의 씨앗을 뿌린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방정국의 진주연극은 문화건설대와 진주극문학연구회, 이 두 단체가 주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건설대는 설창수가, 진주극문학연구회는 이병주가 각각 주도했다.

아호가 파성(巴城)인 설창수는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한 시기엔 열혈 연극인이었다. 그가 ‘젊은 계승자’나 ‘동백꽃 다시 필 때’와 같은 희곡을 8편이나 쓴 점, 연출과 배우로도 활동한 점, 개천연극경연대회(영남연극경연대회 후신)를 창설한 점 등이 그런 사실을 입증해 준다. 특히나 ‘파성’이라는 아호까지도 자신이 쓴 희곡 ‘젊은 계승자’의 등장인물에서 따왔을 정도로 그는 한 시기 연극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파성 설창수
파성 설창수

 

이병주의 활동도 간과할 수가 없다. 그는 1950년대 중반경, 부산의 국제신보 주필로 가기 전까지 진주에서 진주극문학연구회를 중심으로 연극 활동에 참여했다. 초창기의 진주 연극은 설창수와 이경순 등 우파 성향의 인물들이 만든 문화건설대와 이병주와 박두석 등 좌파 성향의 인물들이 만든 진주극문학연구회라는 두 그룹이 주도했고, 그런 점에서 설창수와 이병주는 진주 연극의 1세대랄 수 있다.

나림 이병주
나림 이병주
이경순
이경순


또 진주 연극을 언급하면서 영남예술제(개천예술제의 전신)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남예술제 때문에 영남예술제 연극경연대회가 탄생하기 때문이요, 그 연극제로 인해서 진주 연극의 지평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영남예술제는 설창수 등이 주축이 돼 1949년 창립되는데, 제1회 영남예술제 연극경연대회도 설창수를 비롯한 발기인들이 창설해 진주 연극의 초석을 놓았음은 물론, 그 행사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기에 설창수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설창수와 이병주의 뒤를 이은 진주 연극의 2세대는 강명중·김민규·박상영·조웅대·정인화·최인현·최재복·하만구·하영수 등이랄 수 있다. 1962년에는 한국연극협회 진주지부가 정식으로 탄생하고, 제13회 개천예술제 연극경연대회도 같은 해에 열린다. 1964년에는 초원극회가, 1966년엔 진주방송극회가, 1968년에는 극단 텔스타 동인회와 극단 새 무대가, 1970년에는 극단 텔스타가 각각 창단되기도 한다.


1974년이 되면 진주연극사에는 획기적인 변곡점이 생기게 되는데, 다름 아닌 극단 현장의 창단이다. 극단 현장의 창단 구성원은 김용우·김형규·모왕갑·손정수·서영수·이희대·조구환·조희래·정대영·황금 등으로, 초대 대표는 조희래가 맡는다. 극단 현장은 창단 기념으로 ‘출발’을 공연함으로써 그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리게 된다. 1977년이 되면 극단 현장은 ‘결혼’과 ‘아버지’ 그리고 ‘묵시의 계절’ 등을 각각 공연한다.

극단 현장 창립공연 ‘출발’ 관람권. 사진=현장
극단 현장 창립공연 ‘출발’ 관람권. 사진=현장
1986년 ‘함정’ 포스터. 사진=현장
1986년 ‘함정’ 포스터. 사진=현장


1986년에 접어들면, 극단 ‘현장’의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함정’과 ‘드레서’ 등 한 해 동안에 4편을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1988년이 되면, 진주에 경남도문예회관이 개관하면서 진주 지역 공연계에 큰 변화가 생긴다. 동년 9월에는 극단 현장이 경남도문예회관 개관기념공연으로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을 공연한다. 1991년에는 제9회 전국연극제가 진주에서 열리고, 극단 현장은 ‘진주성’으로 단체 우수상과 희곡상·연기상·미술상 등을 수상한다.

1986년 ‘드레서’ 포스터. 사진=현장
1986년 ‘드레서’ 포스터. 사진=현장

 

1988년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사진=현장
1988년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사진=현장


1993년 4월, 극단 현장은 전용 소극장을 개관하고 ‘모닥불 아침 이슬’을 공연한다. 1997년이 되면 극단 현장은 그 활동이 절정에 달하게 된다. 동년 4월 부산에서 열린 제15회 전국연극제에서 ‘불의 가면’으로 최고상인 대통령상과 연출상·연기상 등을 수상하기 때문이다.

2002년 ‘불꽃’ 포스터. 사진=현장
2002년 ‘불꽃’ 포스터. 사진=현장


오늘날까지 극단 현장을 일구어 온 면면들은 이희대·방성진·서영수·황금·조희래·정대영·조구환·최태문·정대균·서용수·고능석 등이고, 연출은 주로 이희대·방성진-조구환-고능석 등으로 이어져 왔다. 이희대는 ‘결혼’·‘토끼와 포수’·‘용감한 사형수’ 등을, 방성진은 ‘출발’·‘함정’·‘진주성’ 등을 선보였다. 조구환은 ‘미친 키스’·‘새들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불의 가면’ 등을, 고능석은 ‘돼지와 오토바이’·‘길 위에서’·나는 이렇게 들었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올해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준비 중인 ‘강목발이’ 2016년 초연 포스터. 사진=현장
올해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준비 중인 ‘강목발이’ 2016년 초연 포스터. 사진=현장


2020년 복합문화예술공간(예술중심현장)을 개관한 극단 현장은 현재 고능석 대표를 비롯한 5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경남연극제는 물론이고, 전국연극제(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비롯한 우수상과 금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는 극단 현장. 그런 극단 현장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이상용 전문가(문학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76년 창립공연 ‘출발’ 초대장. 사진=현장
1976년 창립공연 ‘출발’ 초대장2. 사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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