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중학생(하)
[꿈키움교실 사제동행 문화탐방]중학생(하)
  • 김성찬
  • 승인 2024.07.0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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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그 통한의 역사를 품은 군함도
 
여기가 군함도입니다. 섬의 모양이 옆에서 보면 꼭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이곳은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고 와 석탄을 채굴하게 했던 곳입니다. 당시 참혹한 노동환경 탓에 많은 조선인들이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고 해요.


(은서·윤아) 그렇게 나가사키 원폭 평화공원을 둘러본 저희들은 역시나 마음 무거운 장소인 군함도를 향했습니다. 저희들은 보지 못했는데 일제 강점기 당시 군함도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튼 이날은 다행히 날씨가 허락한 덕에 저희들은 배를 타고 군함도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은서) 이 곳 군함도는 일본어로 ‘하시마’섬이라고 불려요. 섬의 모양이 꼭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군함도고요. 여기는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석탄을 캐게 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요.

(윤아) 실제 군함도는 생각보다 작은 섬이었어요. 설명을 들어보니 6만㎡도 채 되지 않더라고요. 근데 이 작은 섬에 한 때는 노동자 5000명이 살았다고 하니 당시 주거환경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상상이 가네요. 더군다나 이 곳은 원래부터 섬이 아니라 바위만 덩그렇게 솟아 있던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석탄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본이 노동자들을 시켜 바위 주위에 콘크리트를 조금씩 붓게 해 지금의 인공섬을 만들었다고 해요.

(은서) 섬 안에는 이제는 폐허가 되어버린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어요. 당시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 병원은 물론이고 영화관, 오락시설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물론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런 시설을 전혀 누리지 못했고요. 가슴 아픈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윤아) 은서 말대로 당시 군함도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좁고 위험해서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렸다고 해요. 이 지옥같은 곳에서 하루 12시간 동안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타는 듯한 뙤약볕을 견디며 석탄 채굴작업에 동원됐다고 하니 상상이 되지 않네요.

(은서) 그런데 이 군함도가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역사왜곡 등의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군함도와 관련된 역사를 숨기거나 왜곡한 채 산업 유산의 상징성만 내세워 홍보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요.

(윤아) 그래서 유네스코 자문기관이 시설 전체 역사를 알 수 있게 조선인 피해도 설명하라고 일본에 권고 했지만 일본은 이를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아픔이 서린 곳인데 일본은 이렇게 여기를 관광지로 개발해서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남의 아픔에는 이렇게까지 무신경한 걸까요.

(은서·윤아) 군함도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어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조차 없었던 일들이었어요. 부끄럽지만 군함도는 영화의 배경이거나 일본 여행을 가면 한 번쯤 둘러볼만한 광광지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곳이 상상도 못할 참혹한 역사를 숨기고 있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어요.

 
나가사키시(市)의 명물, 이나사야마 전망대에 올라왔습니다. 로프웨이를 타고 전망대 꼭대기에 도착해보니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경남일보에서 간식으로 주신 아이스크림도 정말 맛있었고요.
그렇게 은서와 윤아는 배 안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군함도를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쨌든 다소 무거웠던 두 곳의 일정 탓에 의기소침해진 탐방단 아이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요량으로 다음 코스를 나가사키시의 명물, 이나사야마 전망대로 잡았다. 로프웨이를 타고 전망대 꼭대기에 도착한 아이들은 그 곳 매점에서 파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가사키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을 한동안 마음껏 즐겼다.



(은서·윤아) 이렇게 이틀째 일정이 마무리 됐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저희들은 맛있는 저녁을 먹고, 호텔에 온천을 즐기기도 했어요. 물론 친구들끼리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고요. 벌써부터 다음 일정이 기대되네요. 그럼 내일 뵐게요.

 
유황 냄새가 가득하고 땅 속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와 열기가 뒤덮고 있어 이 곳이 바로 운제 지옥계곡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지옥과 같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죠. 예전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들을 끓고 있는 유황탕에 던지거나 고문을 한 슬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이것이 일본…지옥계곡·구마모토성 그리고 대관봉

(은서·윤아) 이제 슬슬 저희들의 일본 탐방 일정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3일차 일정은 운제에 있는 지옥계곡 견학입니다. 지명이 오싹하죠? 왜 계곡 이름이 지옥일까 궁금했는데 딱 보니 알겠더라고요. 지옥 맞아요.

(윤아) 계곡 돌 틈 사이로 엄청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진짜 지옥을 연상시키더라니까요. 쉴새없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의 수증기와 매캐한 유황 냄새가 영락없는 지옥이었어요.

(은서) 그래도 참 신기하기는 했어요. 일본은 화산활동이 활발히 진행 중인 곳이라서 그런지 이런 종류의 계곡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온천도 유명하다고 하네요. 진짜 색다른 풍경이었어요.

 
구마모토 성은 나고야 성, 오사카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 중 하나입니다. 성 주변에 은행나무가 있어 ‘은행성’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2016년 구마모토 지진으로 성 일부가 붕괴돼 현재 복원작업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탐방단은 지옥계곡을 한바퀴 돌아나와 계곡 초입의 한 작은 매점에서 뜨거운 온천수에 삶은 달걀과 일본의 독특한 사이다인 ‘라무네’를 먹으며 휴식을 즐겼다. 이후 시마바라 미즈나시(市)에 있는 혼진 화산 피해마을을 견학했다. 점심을 먹은 탐방단은 일본 3대 성(城) 중 하나인 구마모토성을 방문했다. 2시간 가량 성 구석구석을 둘러본 아이들은 곧장 아소산 분화구가 보이는 대관봉을 찾아 멋진 풍경을 즐기기도 하고, 히타로 이동해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박물관도 관람했다. 그렇게 이번 여정은 서서히 마무리돼 갔다.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 박물관입니다. 사진을 찍은 곳은 이 만화가 탄생한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에요. 저희들은 이 만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과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하다고 하네요.
(은서·윤아) 3박4일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어요. 낯선 풍경을 보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숙소에서 잠을 자고 낯선 친구들과 어울리고….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긴 했지만 또 이만한 추억이 있을까요?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여정이었습니다.

(은서) 4일이 넉달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여행이었어요.

(윤아) 너무나도 소중하고 잊기 힘든 기억들이 될 것 같아요.

(은서·윤아) 한국에 돌아가서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우리의 여행이 또 그리워지겠죠? 끝으로 이번 일정을 저희들에게 선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저희 둘이 대신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선물같은 3박4일 정말 고마웠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쉽지만 저희의 여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랄게요. 안녕히 계세요.


정리=김성찬기자 kims@gnnews.co.kr



 
미즈나시(市) 혼진 화산 피해마을입니다. 1991년 화산 폭발로 부서지고 땅에 파묻힌 가옥 여러 채를 그대로 보존해 관광특구로 만든 곳이에요.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잊지말고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려는 일본사람들의 의지가 느껴졌어요.


<서행련 김해삼문고등학교 교장(중등부 인솔단장)>

일본 속 고난의 한국사를 통한 자아 성장기



흔히들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는 일본! 그리고 처음 만나 멀지만 서로 가까워져야 하는 사제동행 꿈키움 일본탐방단! 우리의 사제동행 탐방은 초여름 더위와 약간의 우려, 설렘을 동시에 안고 시작되었다. 내년은 광복 80주년의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고, 또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핵무기의 이슈와 끝나지 않는 분쟁 속에서 일본 탐방은 그 나름의 의미가 깊었다.

일본이란 낯선 땅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초여름의 뙤약볕 아래 사제의 정을 나누고 친구들과 어울려 하나가 되며 3박 4일을 함께 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미소를 나누고, 스승이자 친구로서 동행을 하고, 무더운 날씨에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쉼터와 멘토가 되어 주기도 했다. 서로의 땀을 닦아주며, 익숙치 않은 호텔생활에 떠들어대는 학생들을 대신해 꾸지람도 들어야 했고, 가끔씩은 개인행동을 하고 싶은 중2병을 끝없이 다독거리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큰 꿈을 키우게 하려고 애쓴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가장 큰 고마움은 사회에 한 사람이라도 더 긍정적이고 큰 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주춧돌 하나를 아낌없이 놓아준 경남도교육청 관계자와 경남일보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인가를 판단 할 때 자기의 경험치를 능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직접적인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일게다. 이번 탐방이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더 충만하고, 배려와 공동체를 배워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자 미래를 살아 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고흐는 인생을 바다에 비유했다. 바다는 큰 태풍이 불기도 하고, 밀물과 썰물이 오가기도 한다. 그리고 노력과 인내가 계속되면 아주 깊숙한 곳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 꿈키움사제동행 일본 탐방은 바다 속의 진주와 같은 인생의 큰 선물이었다.

 
서행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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