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화 시인·진주문인협회 감사
“엄마! 저 잡았어요!” 동탄 사는 큰딸의 하이 톤 음성이 고막을 찔렀다. 지금의 성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긴박했던 그 순간을 쉴 새 없이 쫑알댔다. 사이트 열고 1분 만에 매진된 그 귀하디귀한 공연 티켓을 구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한참동안 전화선을 타고 자찬이 흘렀다. 고맙다는 단순한 인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사위와 딸은 내 환갑기념 이벤트로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잡기 힘들다는 티켓 두 장을 손에 꼭 쥐고, 구국인사만큼이나 기세등등한 딸과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그 바람에 내 어깨에도 잔뜩 바람이 들었다. 일등공신인 딸과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인 잠실 월드컵경기장을 향했다. 객차 안에는 가수를 상징하는 푸른 의상의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보다 더 많은 바람풍선을 달고 붕붕 날아갈 듯 들뜬 표정들이었다.
공연장 주변은 이미 별천지였다. 푸른 의상, 푸른 머리띠, 푸른 스카프, 푸른 가발, 푸른 응원봉, 푸른 플랜카드, 푸른 하늘, 푸른 얼굴, 푸른…, 푸른 별에 소풍 온 착각이 들 정도였다. 초록은 동색이 되기 위해 우리도 푸른 스카프와 머리띠를 샀다.
공연장은 관객들을 배려해 360도 가능한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오로지 한 가수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 같았다. 일만오천 석의 의자마다 준비해놓은 푸른 방석은 2시간 20분 동안의 공연 내내 따뜻하고 푹신했다. 마치고 가져가라는 소리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영원할 것 같던 공연이 끝이 났다. 임영웅 가수의 공연은 초대권이 없고 빈자리가 없고 게스트가 없는 3無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어머니도 티켓을 구입해서 온다고 한다. 초대권이 없다는 건 누구든지 공평한 혜택을 주려고 하는 배려일 것이다. 부모님을 태우러 온 자식들을 위해 스크린이 마련된 대기실도 준비돼 있었다.
배려와 사랑이 함께한 따뜻한 콘서트가 끝나고 딸과 사위에게 무한 감사를 했다. 푸른 별의 방문은 많은 것들을 상실하고 우울하던 이순의 시간들을 맑게 헹궈내기에 충분했다. 어느 늦가을, 행복을 충전하고 지구 별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마냥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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