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4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편차가 크고, 최소 거주기간 요건도 출생일 당일에서 12개월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인구 이동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재정여력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이러한 출산지원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출산율 정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도내 지자체들은 그동안 출산율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경남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122명에서 2022년 0.83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그동안이 정책이 사실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출산지원금은 첫째, 둘째, 셋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소정의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2005년 땅끝마을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해남군은 이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전국에서 합계출산율 1위를 하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벤치마킹을 하면서 불거졌다.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인상하자 지원금만 받고 떠나는 먹튀논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이 2021년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여성 중 30% 가량이 출산 6개월 내 타 지역으로 이주했다. 해남군의 출산율도 2012년 2.470명에서 2022년 1.042명까지 추락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자체간에 예산을 들여 인구를 뺏고 빼앗는 소모적인 양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지난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출생 아동에게 2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각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과의 통폐합을 권고했다.
◇출산율 위주 정책으론 한계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기존의 출산지원금 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부담에도 중단하지 못한 이유가 인근 지자체들이 계속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에서는 거제시와 양산시가 기존의 출산지원금을 중단했지만 결국 1년여 만에 다시 재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출산지원금 재개를 촉구하는 민원이 이어진데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알려진 양산시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6명으로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거제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평균 출산율이 0.78명으로 경남 평균 0.84명에 미치지 못했다.
거제시는 내년부터 정부의 첫만남이용권 200만 원을 포함해 첫째 300만 원, 둘째 500만 원, 셋째 이상부터는 10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은 현재의 인구구조와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고려할 때, 지자체의 출산율 지원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현숙 거제시 인구정책팀장은 “출산시 장려금만 주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산은 결국은 돌봄으로 이어지는 데, 그래서 2024년부터 다자녀 정의를 기존 3자녀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시가 운영하는 돌봄 센터를 7호점까지 늘리는 등 출산과 돌봄의 연계기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독자 전략 모색해야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지방소멸 대응 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이 자연적 감소보다는 수도권으로 유출이라는 사회적 감소로 나타나고 있어 출산율 증가 위주의 기존 정책으로는 지방소멸의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구유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전략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행안부가 올해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생활 인구는 지역에 체류하면서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까지 인구로 보는 새로운 개념이다. 교통의 발달로 이동과 활동이 증가하는 지금의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까지 포함한다.
일각에서는 하루 3시간 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관광 사업 쪽에 정책이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지역 활력을 도모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의 2개 지역 거주 시범사업 사례를 보면 왕복교통비 경감, 체재형 주거공간 서비스 제공, 지역대학과 농촌 연계 프로그램 제공, 빈집 등의 주택, 토지, 건축가 소개사업 등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인구희박지역을 매력공간으로 조성해 체류인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복수주소제를 법제화해 지방중소도시 및 대학이 있는 도시의 인구증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생활인구의 유치와 정착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점차 시도되고 있다. 밀양시는 관계안내소를 설치하고 지역에 체류하는 청년에게는 체류비를 지원한다.
산청군은 자연과 힐링, 휴식과 건강, 시니어 액티브 등의 강점을 내세워 관련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행안부의 생활인구 ‘통학’ 시범지역에 올해 선정된 거창군은 학생 인구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인구정책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생활인구 적극적 활용 방안 필요”
안소현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안소현 부연구위원은 “지역 내 인구가 줄어들면 빈집이 하나씩 늘게 되고 마을 자체가 빠르게 침체가 된다. 인구감소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을 체류 인구 증가를 통해 어떻게든 활력을 증진해보자는 발상에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도 생활인구와 연계되고 있다. 산단과 농공단지 등 인근 도시 통근자가 많은 지역은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토대로 산단 내 근로자 복합문화센터 건립, 근로자 임대주택 사업, 입주기업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주말 비숙박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생활인구의 성별·연령대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관광·숙박 기반을 구축해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안 위원은 “지자체의 지방소멸 대응기금 투자 계획서를 보면 대부분 지역 정주 인구를 위한 사업, 그 외 체류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과 연계가 돼 있다”면서 “컨설팅을 나가서 생활인구 유입에 더 기여할 수 있는지 위주로 이뤄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시범 결과를 보완해 내년에는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생활인구의 활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안 위원은 “아직은 지자체 사업 대부분이 관광 위주의 사업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관광이라 하더라도 한 달 살아보기 등 중장기 체류를 통해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