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거창교육지원청 교육장
“왜 할머니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는 거죠?” “우리도 할머니들처럼 오토바이 타고 등교하게 해 주세요. 아님 할머니들도 못 타게 하세요.”
거창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진풍경, 10대 재학생들이 ‘오토바이 등교’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할머니 재학생들은 자가용 등교도 하고 오토바이 등교도 하는데 왜 우리들은 안 되느냐는 것이 10대 학생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의 주장에 학교는 난제를 안게 됐다.
거창 아림고등학교에는 60. 70대부터 팔순을 넘긴 어르신 학생들이 10대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는 16명, 올해는 13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학했다. 신입생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꼼짝없이 손주 뻘 10대 선배들을 모시게 됐다.
처음엔 우려도 많았다. 두 세대를 뛰어넘는 연령집단이 한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까? 요즘 10대가 어떤 세대인데 노인들과 함께 지내려고 할까? 몸이 불편해 유모차에 의지해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10대 선배들을 자기의 손주인양 대하는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였다. 오래지 않아 두 연령집단은 화학적 결합에 성공했다. 쉬는 시간이면 10대와 70대 여학생들이 함께 수다를 떨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할머니가 생긴 남학생도 있다고 한다.
할머니들의 등교 가방에는 늘 간식거리가 푸짐했다. 손수 농사지은 과일을 싸 와서 나누었다. 체험학습을 가면 같은 모둠이 된 10대 동급생에게 통 크게 짜장면에 탕수육을 쏘는 할머니 학생도 있었다. 휴일이면 60대 친구 집에 찾아가 함께 지내는 10대들도 생겨났다. 제주도 수학여행 때는 10대 동급생들의 활약이 눈부셨다고 한다. 부축하고 기다려주고…, 아림고는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참, 10대 학생들의 오토바이 통학은 어떻게 결론 났을까? 치열한 토론 끝에 10대들이 양보하기로 했단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가용과 오토바이는 허용하고 자신들은 오토바이 등교를 하지 않기로 했단다. 혹시 이 글이 믿어지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거창 아림고를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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