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래길을 가다[16·끝]대국산성길(16코스)
남해바래길을 가다[16·끝]대국산성길(16코스)
  • 김윤관
  • 승인 2022.11.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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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이어온 산성에서 남해 품은 바다를 만났다
대국산성길은 남해 바래길 16코스에 해당한다. 경남일보에서는 지난 4월 첫째주 바래길 15코스를 설천면행정복지센터에서 시작해 14·13·12코스 순으로 탐방해왔다. 당시 설천면행정복지센터에서 구두산목장길을 따라 산 방향으로 오른 뒤 노량으로 갔으나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트래킹한 뒤 남해읍 공용터미널로 들어간다.

벚꽃이 피던 4월 봄날 시작해, 작렬하는 태양에 달궈진 한여름 설리 아스팔트 위를 관통, 7개월의 주행 끝에 낙엽 뒹구는 가을날 남해읍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16코스는 설천면 출발 후 오름길을 따라 오르고 이어 금음산저수지를 지나 편백나무군락지 숲을 걷는다. 계속되는 임도 끝 대국산성에 올라서면 발 아래 바다와 마을과 해안 경치가 가슴에 훅 들어 들어온다. 삼국시대 초기 축성된 것으로 알려진 대국 산성은 남해를 둘러싼 바다를 파노라마로 볼수 있다. 성곽을 돌아내려와 숲길을 지나면 다시 해안 길 주행이다.

 
대국산성에서 돌아나와 비란리로 향하는 산길
▲설천면행정복지센터 출발→금음산 임도→대국산성, 대국산 임도→해안길→이어체험마을→남해공용터미널(총거리 16.3㎞, 6시간 안팎, 난이도 별 4개)



▲설천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출발한다. 설천중학교와 설천보건지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산으로 올라간다. 길가 언덕 깊어가는 가을 남해 명물 유자가 어느새 특유의 노란 빛을 내고 있다. 옛날에는 향기와 빛깔이 좋아 남국의 과일, 대학나무 등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았으나 요즘에는 흔해져 수확도 안하고 나무에 달린 채 말라가기도 한다.

 
남해유자
별장처럼 보이는 전원주택이 군데군데 보인다. 인구가 줄고 있는 남해이지만 그나마 사람냄새가 나는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한 주택의 마당 앞에 세워진 시비가 눈에 띈다. 시 제목은 ‘앵강고개’. /눈 내리는 겨울이면 가고 싶은 고갯마루 금산가는 길목/잿빛 안갯 속 자리 떠나지 못하는 나무와 새하얀 풍경의 숲/솔바람의 노래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길이 있다고 마음으로 기도하던 앵강고개…/ 남해가 고향인 문성욱 시인의 글로, 최근 시집 ‘앵강만(鸚江灣)’을 펴냈다.

금음저수지 둑 위를 걸어 금음산(480m)과 약치곡산(455m)영역으로 들어간다. 금음산은 옛날 어떤 도인이 산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망치소리, 쇠소리가 들려서 그렇게 불렀다 한다. 약치곡산에 대한 사연이 있을 것같아 아무리 찾아봐도 봐도 알길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속 임도는 자그마치 4㎞에 달한다. 중간에 대국산성으로 가는 길과 동비마을로 가는 갈림길이 있으나 바래길은 산성으로 갔다가 돌아오게 돼 있다.

대국산성 오르는 숲길, 터널을 이룬 갈참나무에 노랗고 빠알간 단풍이 들었다. 길 위에는 햇빛에 비썩 말라버린 갈빛의 나뭇이 소슬바람에 뒹군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단풍, 낙엽은 늙어서 지고 가을은 한층 깊어져 겨울곁으로 다가간다.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좋다. 가을 느낌이 들어 참 좋다. 멀리 다가오는 성벽 위로 아지랭이가 피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대국산성에 닿는다. 산성에는 건물지와 연지 남문지 천장군 사당터가 남아 있다. 건물지에는 주춧돌 수 십개가 직사각형태로 드러나 있다. 돌로 쌓은 사각 진 경계 초소는 멀리 바다를 감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 상태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이슬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연지는 옛 형태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신기하기까지 하다.

 
대국산성 연지
산성 외에도 산줄기 중간 중간에 화강암으로 쌓은 담장이 많이 보이는데 이 역시 선인들이 섬을 지키기 위해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성은 자고이래로 계속된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 어린 산성으로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산의 형세를 따라 조성한 성곽의 조형이 아름답고 이끼낀 성돌들이 오랜 역사를 말해줘 고풍스럽기까지하다. 둘레는 1.5㎞ 높이는 5∼6m 폭 2.4m에 달한다.

자연석을 들여쌓기 한 뒤 내부에 흙과 자갈로 채워 만들었다. 축성법과 성의 형태로 미뤄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4년 12월 경남도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됐다.

산성위를 걸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남해와 금산, 망운산 전망이 압권이다. 땅이 다한 곳에 창망(滄茫)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바다 위에 다시 작은 땅이 올망졸망 솟아 있다. 성곽을 한 바퀴 돈 뒤 되돌아 나와야한다. 3㎞ 임도는 편백나무 숲이 우거진 산길이다.

산을 벗어난 바래길은 설천로 1024번 지방도를 가로질러 비란리로 향한다. 비란리는 신라시대에 있었던 전야산군(轉也山郡·남해군의 신라 신문왕 때 지명)의 소재지 일부로 알려져 있다. 세 개의 동네로 돼 있는데 쏙굼덕이라고 부르는 ‘비란마을’은 벼랑의 안쪽, ‘동비마을’은 비란의 동쪽, ‘내곡마을’은 정태의 동쪽을 뜻한다.

 
비란리 앞바다
산사면 언덕에 자리한 마을 골목을 갈지(之)자로 걸어 비란 앞바다에 닿는다. 중천에 뜬 해가 바다 위로 햇살을 쏟아낸다. 잔물결에 반사되는 햇살이 강렬해 눈이 부실정도다. 바다 쪽으로 돌출한 암반이 아름다운 해안가에서 잠시 휴식한 뒤, 비란리에서부터 지루하다고 느낄만한 거리인 4.5㎞ 도마리→이어리 해안 길을 걸어야 한다.

중간에 ‘이어 어촌체험마을’은 전국적인 명성을 타고 있다. 하늘에서 본 지형의 생김새가 마치 잉어가 노니는 것을 닮아 지어진 이름, 잉어리가 ‘이어리(伊於里)’로 바뀐 것이다.

 
이어리 해안
정부에서 전국 121개 어촌체험휴양마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어촌관광사업 등급평가’ 1등급을 받아 ‘일등어촌’에 선정됐다. 1등급은 100점 기준으로 전 부문 90점 이상을 받은 경우다.

이 마을은 썰물 때 드러나는 넓은 갯벌과 산, 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마을 내 정자와 벤치, 해안데크 등 편의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쏙 잡이, 굴 채취, 전어 잡이, 통발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숙박시설과 식당도 청결해 전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남해읍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바지락 캐기와 쏙잡이 등 갯벌 체험을 많이 한다.

왼쪽은 바다, 오른쪽은 벼논인 농어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선소마을 못 미쳐 오른쪽으로 꺾어 동산마을과 높은들 들녘을 관통해 남해문화원, 보건소를 거쳐 남해읍으로 들어간다. 공용터미널이 남해바래길 전 코스의 최종 목적지이다.

김윤관기자



 
대국산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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