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선관위…예견된 참사에 눈 감았다
'자신만만' 선관위…예견된 참사에 눈 감았다
  • 이홍구
  • 승인 2022.03.06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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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방식 관리 충분”…별도 투표함 준비 없어
막상 확진자 폭증에 속수무책 총체적 관리 부실
항의방문 국힘 “사무총장이 유권자에 난동 표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선거관리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선관위가 안일한 상황 예측과 대처로 예견된 참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당초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상황 대처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전투표 시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 설치에 대해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 등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달 9일 행안위 현안 질의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참정권 보장을 얘기했는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 게 지금 마련이 돼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은 “마련돼 있다”고 자신했다. 김 사무총장은 같은 회의에서 “현행 방식으로 해도 투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해왔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자랑했다. 이에 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대선이 끝나고 난 뒤에 국민이 다 ‘그것 잘 만들었다’, 격리자들도 ‘아이고 잘했다’ 다 박수치는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재차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사전투표 현장에서 부실·파행사태가 터지자 김 사무총장이 유권자를 향해 ‘난동’이란 표현을 썼다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김 의원은 “선관위 항의방문 결과다. (김세환) 총장과의 문답을 간략하게 정리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총장은 또 ‘사전선거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하는데 왜 (다른 사람의) 투표용지들이 발견됐는가’라는 질문에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인쇄된 투표용지를 두고 간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공직선거법을 지키라고 한 국민을 보고 난동이라고 표현했느냐’는 의원들의 재질문에 김 총장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확진자 폭증 등에 따른 확진·격리자 투표 참여 규모 예측 실패부터 시작해 대책 미비와 관리 부족, 유권자 상대 홍보 부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 사태였다는 것이 야당의 비판이다.

공직선거법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선관위는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을 마련하지 못하고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려다 논란이 빚어졌다. 선관위가 법 조항을 인식했다면 본 투표와 마찬가지로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시간대를 분리하거나 별도 투표소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웠어야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선관위가 확진·격리자 관리를 위해 내부 구성원에 배포한 사전투표 지침, ‘투표관리’ 매뉴얼도 5쪽에 불과하며 내용도 부실했다. 지침에는 “투표 중이거나 대기 중인 격리자 등 인원에 따라 일정 수량을 모아서 투입 가능”이라고 적혀있지만 ‘일정 수량’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에따라 투표구마다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는 촌극이 벌어졌다. 확진자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다는 것도 내부 지침 매뉴얼에만 명시하고 유권자에는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부실 선거관리의 원인에 대해 “사전투표에 참여할 확진·격리자가 이렇게 많아질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확진자 수가 폭증할 것이라고 연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 당일 참석할 확진·격리자의 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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