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세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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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송이 수습기자
  • 승인 2016.03.29 2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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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에 물드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다는 소식에 분주해진 A씨(사천시·34). 간식을 준비 해 놓고 반가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은 A씨는 아들 친구 한명이 건넨 첫 마디에 정신이 멍해졌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아파트 평수를 묻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맞나 싶었던 것이다. A씨는 그제야 얼마 전 “우리도 좋은 아파트로 이사 가면 안 되냐” 물었던 아들의 말이 이해됐다. ‘어디 살아요?’, ‘남편은 무슨 일 해요?’ 등 엄마들 사이에서나 오가는 불쾌한 질문들이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특정 아파트 거주 학생들의 편 가르기 현상이 이제는 도내 지역 곳곳에서도 발견돼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씨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줄때도 눈치가 보인다며 “운전 연습을 하다가 차가 긁혔는데 수리를 하지 못한 채 아이 학교에 갔더니 아이들이 ‘차를 왜 안 고쳐요? 돈 없어요?’라고 묻는데 황당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거주하는 아파트 브랜드뿐만 아니라 부모의 차종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A씨는 덧붙였다. 때문에 행여 자녀가 상처를 받을까 임대아파트로의 이사를 꺼리거나 무리를 해서라도 브랜드 아파트로 이사를 고민 중인 학부모들도 생겨나고 있다.

진주 시내 한 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는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끼리끼리 뭉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들 사이에서도 특정 아파트에 살면 ‘부자’ 혹은 ‘잘나가는 아이’라고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자기 자신을 구분 짓고 집단을 만들어 ‘범주화’ 시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고재홍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때 ‘부모의 경제력이나 물질질 적인 것’이 아이들의 범주화 과정의 기준이 돼가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고교수는 지적한다. 특히 일부 어른들의 빗나간 물질만능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상담을 맡고 있는 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최근 몇몇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단지에 사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마라’라고 주문한 사실이 드러나 이를 중재했던 교사들이 매우 난처해했다”며 “만약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비슷한 일을 당했다면 부모는 경제적인 부분으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정서적으로 안정시켜줄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단지 가정에서만 이루어진다고 해서 아이의 상처가 회복될 수 없다”며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들이 좀 더 의식적으로 아이들을 다양한 집단으로 엮어 수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송이 수습기자 song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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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류 2016-03-30 18:06:12
옛날에도 그랬어요... 하지만 시간지나면 변화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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