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는 영화 ‘귀향’
[특별기고]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는 영화 ‘귀향’
  • 경남일보
  • 승인 2016.03.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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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필봉문학회장)
귀향, 이상하게도 이 영화가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아픈 역사를 다시 영화로 보여 준다는 것이 같은 여자로서 화가 난 것인지도 몰랐다. 그 할머니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영화 ‘귀향’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 영화는 조정래 감독이 2002년에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으로 인해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그후 14년 만에 제작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조 감독은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소녀들’이란 그림을 보고 그 소녀들을 집으로 데려 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영화를 구현했다고 한다. 조 감독은 시사회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한 분, 한 분의 넋이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기파로 알려진 손숙, 오지혜, 정인기 그리고 재일교포들이 순수 재능기부로 출연했고, 세계 각지의 7만5270명이 참여한 영화라고 한다.

나는 온 세포를 집중해 영화에 몰입했다. 거창의 사투리와 평화로운 농촌으로 정겨움을 느끼기도 잠시, 1943년 14살인 정민이라는 소녀 외 마을에 있는 소녀들이 일본군에게 끌려가게 됐다. 소녀들이 끌려간 곳은 전쟁터였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강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소녀들 중에 병이 생기거나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총살을 했다. 구덩이를 파 놓고 소녀들을 데리고 가서 총살한 후 불을 질렀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화를 넘어 가슴이 찢어질 듯 아렸다. 그토록 집에 가고 싶어 했던 소녀들은 불에 타 죽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한 소녀만이 살아 돌아왔다. 이때 ‘아리랑’과 ‘가시리’라는 주제곡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니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울었다. 가슴이 아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료를 보면 20만 명의 소녀들이 끌려갔고, 그중 238명이 살아 돌아왔으며 46명이 현재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위안부 소녀들의 넋을 달래는 굿이 열렸다.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 달라고 비는 원시적인 종교 의식인 굿을 통해 그들의 넋을 불러내어 달래는 장면을 보며 나도 영화 속 무당이 돼 함께 빌고 또 빌며 눈물을 쏟았다. “일어나요 언니, 이제 집에 가야지.” 소녀의 목소리가 밤새 귓전에 맴돈다. 무엇이 소녀들을 지옥으로 보냈을까. 그들의 넋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아야 할 영화이며 만행을 저지른 그들도 꼭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상처를 어른이 돼서도 치유를 해야 하듯이, 아무리 지난일이라 해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달래고 그 아픔을 반드시 치유해줘야 할 것이다. 돈이 아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김태근 (필봉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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