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결핵환자들의 희망인 벧엘교회의 종탑
[경일포럼] 결핵환자들의 희망인 벧엘교회의 종탑
  • 경남일보
  • 승인 2015.1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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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권혜경이 부른 노래 <산장의 여인>에서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은 마산결핵병원 건너편 산속에 입원순서를 손꼽아 기다리던 대기환자들의 판자집 숙소였는데 이곳에서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으로 많은 환자들이 외롭고 쓸쓸히 살았다.1960년대에는 산집, 카테이지라고 불린 2인용 병사, 10동이 있었다고 한다. 갈마봉 등산길 표시판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시멘트 건물터가 지금도 남아 있다. 70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흔적이다. 최근까지 아픈 역사를 안은 채 유일하게 남아 있던 게 벧엘교회 돌집이었다.

광복 후, 국립결핵요양원으로 개원한 것이 1946년 6월 1일인데 교회연혁에 의하면 다음 날인 6월 2일 결핵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었던 김영보 장로를 중심으로 환우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예배드렸다고 한다. 역시 입원환자였던 김정준 목사(전 한신대 총장)가 설교를 담당함으로써 요양소교회가 시작되었고 이 교회가 지금의 벧엘교회의 역사이다.

최근 철거된 예배당 건물은 1958년부터 시작해서 1960년에 완공했다고 머릿돌에 새겨져 있다. 건설업체의 도움없이 환우들이 직접 인근에 있는 산에서 돌을 갖고 와서 지었다. 돌 하나하나에 페인트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고 한다.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간절했을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이 돌집은 언제 꺼질 지 모르는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있던 환우들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교회는 주일예배, 새벽기도회 뿐만 아니라 낙엽제, 시화전, 병동대항 퀴즈대회 등을 하였는데 인기 만점이었다. 주변 산에서 낙엽을 가져와서 교회 안팎에 깔고 붙이고 음악회와 시낭송회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은 환우들의 생활에 윤기를 더해주었고, 생활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함으로써 갈등이 존재하는 병원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였다. 대부분 결핵환자들의 평균 치료기간은 길다. 일단 입원하면 죽을 때까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말기 환자에게 있어서 병원은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였다. 환우들 중에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상적으로는 교회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활동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일상생활이 절망의 마지막 벼랑 끝에 서있는 환자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치료활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활에서 문예활동, 종교활동은 굉장히 중요하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의 국립마산병원 현대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 201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이미 기존 병원건물은 모두 철거되었고 지금은 지하 1층, 지상 7층, 354병상의 건물을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다. 성당과 사찰은 신축공사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벧엘교회는 인접해 있었다. 비록 건축구역은 아니였지만 터파기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절개지를 비스듬히 경사지게 파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벧엘교회 철거가 지난 6월에 시작되었다. 하루만에 예배당은 완전히 철거되었다. 둘째날, 철거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철거작업이 중단되었고 다행히 출입구로 사용했던 종탑이 남아있게 되었다. 종은 오래전에 부산의 어느 교회에 가 있다고 한다. 뒤늦게 교회와 문화유산보전회 등이 힘을 모아서 베델종탑보존모임을 구성하고 후원회원을 모집하면서 기념관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이제는 남아있는 종탑이 유일한 역사이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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