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다]진주 정촌초교 사물놀이부
[학교에 가다]진주 정촌초교 사물놀이부
  • 임명진
  • 승인 2014.10.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체 위기 땀으로 극복 '작은 기적' 이뤄
2014.10.11 공연모습2
공연모습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과 학교, 학부모, 동창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진주 정촌초등학교 사물놀이부가 해체 위기를 딛고 전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23회 대통령배 전국청소년 전통문화경연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촌초등학교는 지난 11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본선 무대에서 각 시·도에서 올라온 12개 초·중·고 팀과 경합을 벌인 끝에 언니, 오빠, 형들을 제치고 감격스러운 대상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정촌초등학교의 이름이 호명되자 버스 2대를 대절해 새벽부터 원정응원에 나선 80여명의 학부모와 동창회, 학교 관계자 등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달랐다. 정촌초등학교 사물놀이부는 지난해 부원들이 적어 해체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악전고투 끝에 불과 1년 만에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으니 가히 ‘기적’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대상 수상이 알려지면서 총동창회와 학부모, 학교는 “이런 경사스러운 일을 그냥 넘길 수 없다”며 난리가 났다. 거리 퍼레이드와 함께 대대적인 환영식으로 아이들이 땀으로 일궈낸 성과를 축하했다.

상쇠(꽹과리)를 맡고 있는 6학년 전준영 학생은 “창단 후 처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기량을 겨뤄 형·누나들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해 가슴이 벅찬 느낌이다. 이번 수상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구의 파트장인 오유빈(6년) 학생도 마찬가지. “부모님들이 기왕 시작한 것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상 호명이 됐을 때 부원들끼리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같이 나눴다”고 말했다.

정촌초 사물놀이부는 전통악기로 연주하지만, 서충일 지도강사의 지도 아래 기존의 농악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퓨전음악을 구사한다. 모두 32명의 부원이 장구(12명), 꽹과리(3명), 징(3명), 북(13명)의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앉은반 연주를 한다.

2014.10.13.수상환영식 후 거리 퍼레이드
대통령상 수상 환영식 후 거리 퍼레이드


이승훈 담당교사는 “지난해 팀이 해체 위기에 직면하자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 지도강사 등과 의논 끝에 전국무대에서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아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당초 본선 무대 진출이 목표였다. 전국의 쟁쟁한 실력을 가진 초·중·고 사물놀이부가 참여하는 대회다 보니 큰 기대는 애써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국악오케스트라, 농악, 전통무용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긴장할 법도 하지만 정촌초등학교 아이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처음으로 참가하는 전국무대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모두 쏟아붓는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KBS국악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종묘제례 전수자 등 전문가 집단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들은 물론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청중평가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이번 대통령상 수상은 학교 교육공동체의 탄탄한 결속이 원동력이 됐다. 총동창회는 해마다 수백만원의 각종 경비를 후원했고, 학부모들은 대회를 앞둔 한달 전부터는 가족여행도 가지 못하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몰두했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학교에 자발적으로 등교해 연습에 몰두했고, 주말도 잊은 채 대회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하현숙 교장은 “사물놀이부 아이들의 성실함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학교 교육 공동체 모두가 일심으로 후원하고 지원을 했다”면서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다는 진리를 사물놀이부 아이들은 몸소 실천해 교육자로서 말로 할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촌초 사물놀이부는 올해 20명의 신입부원을 뽑았다. 내년에는 전체 부원이 7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사물놀이부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연계교육이 이뤄지지 못해 자연스레 포기하고 만다”면서 “중등 과정에서도 다양한 소질개발로 아이들의 끼와 재능이 계속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4.10.11 대통령상 수상장면1
대통령상 수상장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