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식 바로잡기
안보의식 바로잡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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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경남과학기술대 신문사 편집국장)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해 UN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는 금융과 무역에 관한 제재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그렇지 않아도 국제적 왕따로 통하는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되었다. 여기에 벼랑 끝 전술을 일삼는 외교적 입장을 고수하는 북한의 태도까지 맞물리면서 인터넷 뉴스에는 연일 심상치 않은 북한의 행보를 보도하는 기사들로 가득하다. 이처럼 국제적인 정세가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고 긴장상태에 돌입했음에도 우리나라의 일부 국민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강행되었던 지난달 13일 오전 11시께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우습게도 화장품 세일에 관련된 키워드였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우연히 SNS에 올라온 일부 네티즌들의 게시물을 읽고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나면 백화점부터 가야겠다.’, ‘예비군 소집 언제하나? 빨리해서 길거리 좀 쾌적하게 만들자. 좀 죽어야 한다.’, ‘화장품 검색하는 건 개념 없는 짓이고, 핵실험 검색하면 애국자인가. 오지랖도 넓다. 남자들은 총알받이나 해라, 국방비 값은 해야지’ 등 국가에 중대한 안보위협이 닥쳤음에도 뜬금없이 남녀갈등에 불을 지피는 것뿐만 아니라 그 태도가 너무도 의연해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얼마 전 군 입대를 앞둔 후배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묻자 후배는 ‘같은 민족이니 우리에겐 쏘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쟁나면 도망가면 되죠’라며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처럼 남녀를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안보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 심각성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고 있다. 46용사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사건과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리 국가의 영토가 공격받았던 연평도 포격사건 때에도 안보의식 결여의 실태는 여실히 드러났었다. 명백한 북한의 도발임이 밝혀졌음에도 인터넷에는 정부 조작설과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았고, 일부는 미군의 짓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숨어들어 있는 종북세력의 계획된 선동활동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음모론과 뜬소문에 휘둘리는 여론의 모습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이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반백년 이상 유지하고 있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경하게 맞서는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국민의 확고한 안보의식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물론 국민에게서만 문제점을 찾고 탓할 수는 없다. 교육체제의 평가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역사나 사회 등의 과목비중이 줄어듦에도 이유가 있고, 국가정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국민의식으로 인한 주인의식의 부재 역시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국가’로서 대한민국은 우리의 조국이며 외부로부터 생명과 재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와 같다. 정책의 옳고 그름과 행정부의 잘잘못을 떠나 국가의 국민으로서 복지와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국민으로서 국가의 역사와 안보에 대해 긍지와 관심,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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