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에 정당 족쇄 채우지 마라
지역 일꾼에 정당 족쇄 채우지 마라
  • 박철홍
  • 승인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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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론 고조

▲도내에서는 여야에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황선필기자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20여개월 앞두고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되면서 공천제 폐지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최근 여야에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연말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인 정당공천제가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면서 그동안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끊임없이 제도 폐지를 요구해 왔지만 중앙정치권의 외면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100여명이 서명을 통해 지방선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폐기된 바도 있다.

지방자치학회가 올해 초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답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대다수 국민의 바램대로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 광역의회ㆍ기초의회 의원 선거 등에서 소속 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정당 공천제는 지역 정치구도에서 특정 정당의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 '정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생겨나 공천비리, 지역주의 재생산 등 건전한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풀뿌리 민주주의'실현이라는 지방자치 제도의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지방 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은 고비용 선거구조,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 등 부작용을 양산하고 중앙의 정치적 대립이 지방까지 확산돼 지역 현안과 무관한 사안까지도 소모적 정쟁이 생긴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한 지역주민을 위한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 정당의 대리전 및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변질되는 폐단도 낳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움직임 확산

중앙정치에서 독립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여건, 중앙집권적 정치·행정시스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행 정당공천제를 더이상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었다는 인식이 사회 각계각층에 확산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지방자치제도개선모임'(상임대표 오세응 전 국회부의장)은 지난 9월 24일 기초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모임에는 경기 성남·용인지역에 거주하는 전직 국회의원을 주축으로 각계 인사 1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이윤희 사무총장은 "지방자치제도가 중앙정치에서 독립해 풀뿌리 민주주의로 출발했으나 정당공천제 도입, 의정비 지급 등으로 퇴색했다"면서 "최근 시장·군수와 시·군의회 다수당과의 갈등, 호화청사 논란 등을 보면 지방자치제도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정당공천제 폐지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은 지난 9월 12일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실질적인 공천권을 행사해 온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의 당적 보유를 선거 90일 전부터 금지했다. 정당이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후보자가 정당을 표방하는 행위도 불허했다.

두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국회의원이 포기해야 할 가장 대표적 특권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권 행사"라며 "19대 국회 정치개혁의 첫걸음으로 국회의원과 정당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착과 인물ㆍ능력 본위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지난 9월초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회장단회의에서 ▲민선6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세 번의 임기동안(12년) 폐지해 줄 것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연말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여야 정치권에 요청했다.

경남도내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창원시의회 이옥선 의원은 지난 제19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당과 중앙정부로부터 자유롭고 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4·19 총선 기간 동안 국회의원 후보자를 수행하고 다니는 기초·광역의원들에 대해 대다수 주민들이 '국회의원 oo'라며 비난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며 "'세금으로 월급 줬더니 선거운동에나 따라 다닌다'는 것이 여론이다"고 했다.

이어 "주요 사안마다 각 당의 입장과 지역 국회의원의 판단이 작동하는 시스템은 발전적 지방자치제도에 방해가 된다"며 "중앙정부에 권한과 예산이 집중돼 있고 공천권이 국회의원에게 주어져 있는 현재의 지방자치제도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난 6년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전직 지방의원들의 모임인 진주시의정동우회도 지난 2월 정당공천제의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치권이 공천권을 빌미로 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 후보자를 줄세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여야가 모두 대의정치를 빌미로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선방향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 의원의 선택권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중앙 정치권의 개혁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개혁방안으로 한시적 공천 폐지를 제안하고 있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포럼 정책토론회에서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 해법과 그 대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선거라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정당의 참여를 획일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3기(1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정당 공천을 중단하자"라며 "정당 공천을 금지할 경우 내천 등 부작용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폐해가 가장 적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수 없을 경우에는 오픈 프라이머리 등 경선 절차의 당헌·당규 명시, 공천 배심원제, 정당공천 책임관리제 도입 등 공천제도의 획기적인 보완과 지방정당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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