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홍콩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인가?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홍콩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4.10.01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콩에 간 최초의 유럽인은 당시 포르투갈 출신의 탐험가 조르즈 알바르스로, 1513년에 해로를 이용해 방문했다. 당시 포르투갈 상인들은 홍콩 해안에 ‘타마오’라는 무역항을 설립하고 중국 남부 지역에서 정기적인 교역을 진행했었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1520년대의 군사 충돌 후 추방되었다가, 1549년에 교역이 재개되었다. 포르투갈은 1557년에 마카오에 대한 영구 임대권을 얻었다. 이후 1684년 청나라 강희제는 외국인의 청나라 입항을 허용했다. 당시 차, 비단, 도자기와 같은 중국 상품에 대한 유럽의 수요는 높았지만, 유럽 제조품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별로였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에 대처하기 위해 영국은 다량의 인도 산 아편을 중국에 팔았다. 그러자 1839년에는 판무관 임칙서는 아편 창고를 파괴하고 아편과 관련된 모든 해외 무역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취했다. 대영제국군은 이에 대응해 제1차 아편전쟁을 일으킨다. 청나라는 전쟁 초기에 패배를 인정했고 촨비 협정에서 홍콩섬을 양도하게 된다. 이어 1842년 8월 29일 난징 조약에 따라 당시 대영 제국에 정식으로 영구 양도되고 만다.

1842년 초에 행정 인프라가 매우 신속하게 구축되었지만, 아편 무역을 둘러싼 영국과 청나라 간의 추가적인 충돌은 제2차 아편 전쟁으로 확대됐다. 전쟁에서 패배한 청은 베이징 조약에서 가우룽반도와 스톤커터스섬을 추가로 대영제국에 양도하여만 하였다. 1850년대의 급속한 경제적 개선이 이루어짐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대거 유치되었고, 홍콩은 1851년 태평천국 운동이나 이후 발생한 국공내전과 중국 공산화 등 어지러운 상황을 피해 홍콩으로 몰려든 지식인과 부유층으로 급속히 성장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제무역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더불어 금융업도 급성장하게 되는데, 세계적 금융그룹인 HSBC도 홍콩 내 영국인 상인을 위해 설립되어 발전한 은행이다.

1941년 12월 8일 일본 제국은 홍콩을 점령했다. 1945년 8월 30일 영국이 재점령하기 직전까지 거의 4년 동안 일본에 의해 통치되었다. 전쟁 이후, 국공 내전에서 피난온 중국 대륙의 숙련공 이주자들이 홍콩에 유입된데 이어, 1949년 중국공산당이 중국 대륙를 완전히 장악한 이후 더 많은 난민들이 홍콩으로 유입되었다. 홍콩은 1950년대에 이미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가장 먼저 산업화됐다. 당시 홍콩의 제조업 경쟁력은 증가하는 노동력과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점차 감소했으나, 서비스 산업 중심의 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1990년대 초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이자 해상 운송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신계 지역의 임대권 기한이 가까워지면서, 마침내 1984년에 홍콩 반환 협정이 체결되었다. 영국은 1997년에 홍콩의 전체를 중화인민공화국에 이양하기로 합의했고 중국공산당은 홍콩의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을 반환 후 50년 동안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홍콩 이양이 임박했던 당시 홍콩 국민들은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총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주 기간의 절정기 동안 홍콩을 떠났다. 홍콩의 추락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어서 2020년에 시행된 보안법 이후 외국자본과 엘리트 인재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홍콩 경제는 장기침체를 겪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최근의 미·중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시진핑 장기집권 등 영향으로 중국이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홍콩 증시도 악화됐다. 지난해 11월 29일 미하원 외교위원회가 홍콩경제무역 대표부에 부여해온 특권과 면책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통과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의 한 중국 전문가는 “홍콩 증시 상장사의 절반은 거래량이 제로 수준…홍콩이 세계 3대 금융허브로 자리잡는데 100년이 걸렸는데 폐허로 변하는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 말이 홍콩의 현실을 명료하게 묘사하고 있다. 빠르게 중국화 하는 홍콩의 모습은 자유가 사라진 시장경제 체제는 몰락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