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자가용보다 버스가 더 편리한 도시
[경일포럼]자가용보다 버스가 더 편리한 도시
  • 경남일보
  • 승인 2024.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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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어릴 때, 버스 차장의 “오라이!”라는 우렁찬 목소리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버스는 시민들과 가까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버스는 불친절과 난폭운전의 대명사가 되었다. 자연히 시내버스를 보행자, 자전거와 함께 녹색교통의 주인공으로 새로워지게 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일어났다.

창원의 시민단체들은 18년 전인 2006년 6월부터 준공영제와 중앙전용차로의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도입해 시내버스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남도와 창원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2008년 11월, 경남도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마창진 도시철도기본계획에는 노면전차 도입이 주된 내용이었다. 아예 기존의 시내버스는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2008년 11월 19일자 본 칼럼에서 ‘알 수 없는 노면전차의 경제성’이라는 제목으로 도시철도기본계획에 BRT가 빠져있음을 지적하면서 LRT와 BRT에 대한 비교·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10월 8일에는 ‘타당성이 없는 창원시 도시철도사업의 편익비용’이라는 제목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막무가내였다. 2011년에 도시철도기본계획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을 통과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시내버스업체는 망하고, 시민들은 낯선 노면전차 때문에 고생할 것 같았다. 창원지역 시내버스개혁연대는 도시철도기본계획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적은 돈으로 살기 좋게 가꾼 꾸리찌바’라는 제목으로 2011년 7월 13일자 본 칼럼에 브라질에서 열린 C40 국제회의의 녹색교통에 관한 내용과 창원시 공무원과 같이 본 꾸리찌바의 버스중앙차로제, 환승센터를 소개하면서 창원시가 추진하는 노면전차 도입을 계속 반대했다. 이어서 뻥튀기 교통량 예측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교통담당 공무원, 시민단체, 버스업체 간의 쉽지 않은 대화가 계속됐다. 단체장 선거가 있은 후인 2014년 10월에 창원시는 공식적으로 도시철도건설사업을 전면 포기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렇게 도시철도 계획이 주춤하는 동안 국토부가 먼저 간선급행버스체계과를 신설하고, S-BRT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2020년 1월 창원시를 비롯한 전국 5개 도시가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국비 지원이 이루어졌다. 창원시는 2021년에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다음 해인 2022년에 BRT 시행계획을 결정했다. 그리고 1단계 원이대로 구간(도계광장-가음정사거리)의 중앙 화단을 허물기 시작했다. 파헤쳐진 도로가 엉망이었다. 22대 총선 기간에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일부 민주당 후보까지 한 목소리로 2단계 3·15대로 구간사업(도계광장-6호광장) 재검토와 중단을 주장했다. 심지어 1단계 철거 공약도 있었다. 완전히 BRT는 동네북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드디어 금년 5월 15일부터 임시운행을 시작했다. 너무 반가워서 쾌재를 불렀다. S-BRT를 타보니까 버스 입장에서는 빠르고 편리하다. 그렇게 문제가 많았던 폭력적인 추월은 아예 없다. 일반 차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스와 같이 달리며 경쟁하는 불편함이 없어서 편리하다. 그런데 도로가 전체적으로 복잡하다는 느낌이다. 비록 1단계 구간이 짧긴 하지만 그동안 힘들게 추진해온 창원시와 시내버스개혁시민대책위원회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이제 BRT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6호광장까지의 2단계 사업이 중요하다. 서울 지하철에 못지않는 정시성과 신속성을 위해서이다.

새로운 운행시스템이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분들의 양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승용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생활을 고치고, 대중교통 위주의 운행시스템이 정착하도록 협조해야 우리 사회의 균형이 적당해진다. 그동안 승용차에게 밀려 대중교통이 불편했는데 이제 대중교통이 더 편리해질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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