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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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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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디카시의 시작과 그 눈부신 확장(2)
2004년 이후 시작된 이상옥 교수 창제 ‘디카시’는 초기에 고성의 공룡엑스포의 문학행사의 하나로 전국 학생 디카시 백일장이 열렸을 때 디카로 영상을 포착하던 참가 학생들의 사진찍기는 매우 어설픈 자세로 보였다. 그리고 고성군 벼 다수확 표본 들녘에서 돌아가신 김열규 교수나 김종회 교수나 저 제주도에서 찬조 참가한 변종태 시인 등이 얼핏 얼핏 보이던 디카시 행사 역시 그럭저럭한 신생대회였다. 진주에서 박우담 시인과 필자 등도 임시 천막 아래서 진행자의 미숙으로 진행되었던 공개 세레머니에 구부정하게 앉아 의자에 반쯤 걸터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민속학의 태두로 존경받던 인제대 석좌교수 김열규 교수를 초대는 해놓고 소개를 하지 않고 보내다가 행사가 끝날 무렵에 겨우 인사소개를 하여 오히려 더 빛나는 차례가 되기도 했다.

그 무렵 비평가나 국내 유수의 학자로서 김열규 교수가 자리를 빛내준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디카시라는 초첨단 양식이 시문학사로서나 국문학 장르로서의 입지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는, 그 중간적 성격의 위상을 인가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순간의 의미에 방점이 찍힌다. 당시 김열규 교수는 고성군 하일면 자란만에 귀향하여 인제대 석좌교수로 출퇴근하며 경남일대 문학행사에서 그가 지니고 있는 지식과 교양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는 필자가 맡아서 일하고 있던 한국펜 경남지역위원회나 경남시인협회 행사에서 자주 초대인사로 강연했다. 그리고 필자가 개천예술제 발전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는 축제의 제의성(祭儀性) 그 실천적 가치에 대해 민속학적 견지에서 풀어주기도 했다.

이상옥 교수의 네 번째시집 『에덴의 동쪽』 이야기로 돌아온다. 필자가 느껴지기로는 성서적 이해에 앞서 낭만적이고도 행복한 스토리의 한 짧은 서사에 관한 상상이다. 사진 영상은 흰구름이 떠 있는 백사장이 있는 강변이다. 시적 서사는 “오늘이 어제를 밀어내고 또 내일로/ 역사의 부유물 둥둥 떠 흐르는 메콩강”이다. 시인은 지금 베트남 메콩강에 와 있다. 부유물이 밀리고 밀리는 역사, 그 역사는 베트남의 경우 무엇인가! 우리로서는 저 국군이 파병된 월남전의 오뚜기 형상의 베트콩, 밀리고 밀리는 그 전투이다. 제목에서만 읽히던 낭만은 낭만이 아니라 기억의 잔해이다. 그,로부터 어떤 창세기가 다음으로 따라들어오는 말림이다.

다음 시도 메콩강으로 흐른다. 찍혀 있는 영상은 ‘에덴의 동쪽’과 유사한데 제목은 『메콩델타 빈롱』이다. 서사는 “ㄴ하고 ㄹ하고 ㅇ하는 울림소리 빈롱/ 하늘과 메콩강을 경계로 유장하게 흐르는”이다. 호찌민 근교인 ‘빈롱’의 발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우리말의 유음 3개를 가지고 울림이 유쾌한 경개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베트남 배경이 많이 등장한다. ‘빈롱 카페 1995’, ‘빈롱의 석양’, ‘호찌민 상공에서 읽는 건축학개론’, ‘호찌민 시립미술관에서’, ‘베트남 쌀국수’, ‘메콩대 신축 강당에서’, ‘구룡대 게스트룸에서’ 등등이 그러하다. 디카가 닿는 곳이 외국의 풍경일 때 시적 상상이 한 단계 뛴다. 그러니까 시적 외연과 내면이 이울러 깊숙한 맛을 풍겨준다.

이시인의 네 번째 시집에서 드러나는 세계는 예술이나 명작이나 명작가 등이 등장하여 심미적 영역을 파고든다. ‘노천명의 데칼코마니’, ‘황진이’, ‘카뮈의 시지프스’, ‘들뢰즈’, ‘기호학’, ‘진화론’, ‘반고흐’, ‘사르트르’, ‘이중섭’, ‘조병화’, ‘이방인’, ‘칼뱅’,‘빈 살만 황세자’, ‘뫼르쏘’, ‘보들레르’, ‘입체주의’ 등이 등장한다. 디카시가 현재 여러나라로 번져나가고 시적 교양의 폭도 그만큼 넓어지므로써 글로벌 장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디카시 확장의 다른 측면을 떠올려 보자.

앞에서 디카시 초창기 백일장 이야기를 잠시 했는데 국내의 경우 문화행사에서 ‘디카시백일장’이 거의 대세로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진주의 경우만 해도 개천예술제, 이형기문학제에 디카시백일장이 몇 년째 이어지고 북천의 이병주문학제, 삼천포 박재삼문학제 등 문학제 행사 필수 행사가 디카시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것은 진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경향이다. 문화예술제의 효시가 개천예술제인 것처럼 축제가 있는 곳에 디카시백일장이 끼이게 된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연스레 이뤄지는 현상이다. 지금 이어산 회장(계간 시와 편견 발행인)쪽에서도 전국단위의 주제가 있는 디카시 시화전을 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사와 연대한 신춘문예 공모운동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디카시의 문예지나 동인지도 운동의 옷을 입고 여러 형태로 불길처럼 번져나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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