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정책확산(Policy Diffusion)과 정책리더십
[경일시론]정책확산(Policy Diffusion)과 정책리더십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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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경남연구원 지역균형·인구정책연구팀장
하민지 경남연구원 지역균형·인구정책연구팀장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중앙정부의 기조와 지침에 따라 추진되기도 하지만 타 지자체의 영향을 받아 추진하기도 한다. 또한 지자체의 정책이 우수한 경우 중앙정부에서 따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우수사례의 벤치마킹이라고도 칭했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지역의 인접한 지자체에서도 따라 추진하고, 인접지역이 아니라도 따라 시행하는 지역들이 많아지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정책, 사업, 조례 등 다양한 형태로 지자체들에 퍼지는 현상을 정책확산(Policy Diffusion)이라고 한다. 타 지자체의 정책을 도입하는 정책확산은 유사한 환경과 여건을 가진 지역일수록 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정책확산에 대한 연구는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2010년대에 많이 이루어졌다. 한창 연구가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주로 정책확산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요인을 밝히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 주요 요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적인 요인을 꼽았는데 이는 관련 제도나 지역이 가진 조건이 유사한 경우 해당 정책을 따라 도입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를 비롯한 다른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은 이 같은 영향관계는 정치적 기반을 비롯해 비교적 안정적인 정책환경을 가진 국가나 정부의 상황에 적용해 설명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고 보았다. 정책환경의 변화가 큰 행정의 경우 오히려 인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하게는 자치단체장의 특성을 포함해 행정 구성원, 관련 조직과 구성원의 특성, 관계, 문화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이들을 좌우하는 건 정책리더십이다.

한편 정책확산을 통해 수립된 유사한 정책들은 그 효과 역시 유사할까? 이전 수립시행한 지역보다 효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본격적인 연구들이 이루어졌을 시기에는 정책확산이라는 현상 자체에 대한 판단은 없었고, 정책확산의 요인을 밝히는 일에 주목했다. 그것은 중요했지만 꽤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정책확산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갖는지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결과와 영향요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새로운 정책 도입까지의 과정이 정책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는 것이 정책리더십이므로 결국 정책확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좌우하는 정책리더십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책을 먼저 시행한 타 지자체의 사례를 기대효과는 물론 시대적 흐름 등 불가피한 이유로 도입해야 할 수 있다. 도입이라는 것까지는 비교적 용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입’이라는 결과를, 실적을 만들어 내는 데에 집중해 결국 해낼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정책의 바람직한 효과를 위해서는 정책리더십을 발휘해 타 지자체의 경험까지 고려해 해당 정책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한계까지 파악해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확산이 지자체에 있어 긍정적이지만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을 갖는다면 이는 도입과정까지 고려하지 않거나 책임성을 갖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정책에 대한 책임성을 얼마나 가지고 실현하는지를 보여주는가가 결국 정책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된다. 책임성은 소극행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책임성의 주체가 없거나 혹은 틀린 번지수로 책임이 미루어져 있기까지 하다면 운이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정책리더십을 통해 어떻게 책임성을 실현하게 만들지, 각자가 정책과정에서 흉내만 내게 되는 상황에 처해지지 않고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지자체의 정책확산 현상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구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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