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비혼(非婚)의 시대를 걷는 그대들에게
[경일춘추]비혼(非婚)의 시대를 걷는 그대들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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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


몇 년 전 미국 아마존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오랜 세월 우리의 정서는 뜨겁게 사랑은 했어도 쿨하게 떠나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아리랑’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것은 간절한 여운을 남기나 쿨하지는 않다.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금, 남녀 간 이별은 점점 상상을 초월한다. 이별을 통보한 전 여친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걸 보면 뜨겁게 사랑하지도, 쿨하게 떠나지도 않는 것 같다. 차라리 아리랑이 백번 낫다.

젠더 갈등은 봉합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치세력으로 등장했고 선거판을 좌우한다. 뜨겁게 사랑할 나이에 서로 간 배척하고 증오한다. 결혼을 준비할 20~30대가 가장 심하다는 통계를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인구 감소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데도 젠더 갈등의 실마리는 풀릴 기미가 없다.

그들은 비혼을 선택했다. 아무리 당근 정책을 내놔도 그들의 비혼은 신념이 돼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불평등의 문제다.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사회 구조가 변했으며 문화도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

국가 정책은 때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중국은 1980년도부터 엄격한 산아제한으로 한 자녀만을 허락했다. 남아선호로 여아 유기가 빈번했고 인신매매도 성행했다. 정책의 결과는 ‘참담’ 그 자체다. 현재 중국의 결혼 적령기 남녀의 성비는 118까지 치솟았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3000만명의 중국 남성들이 독신이 될 처지다. 결혼 풍속도 바뀌었다. 신부감이 부족하다 보니, 차이리(彩禮·신랑집에서 신부집에 지참금을 보내는 중국의 결혼 풍습)는 부르는 게 값이다. 정부까지 칼을 빼들었다. 결혼은 맺을 결(結), 좋을 혼(婚)이다. 좋게 맺어지는 게 결혼이다. 최고의 해피엔딩은 해로다. 함께 해(偕)자와 늙을 로(老). 즉 좋게 맺어져 같이 늙어가는 게 결혼이다. 장점만을 따지고 보자면, 비혼보다 결혼의 장점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비혼 시대다. ‘뜨겁게 사랑하고 쿨하게 이별하기’는 비혼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말일 것이다. 그들은 뜨거운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않음을 익히 알고 있다. 하여 인생 선배로서 꼭 해주고 싶은 한 마디, ‘사람은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사랑하고 섬겨야 할 존재’임을 기억하라. 자유함과 외로움 사이, 비혼의 시대를 걷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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