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자기 합리화에 갇힌 사회
[경일칼럼]자기 합리화에 갇힌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0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이 세상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연의 순리이다. 그렇게 지구를 뜨겁게 달구던 찜통 더위도 계절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손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서 극한(極限) 더위라는 무시 무시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극한은 끝이나 최고의 상태까지 도달한 한계를 의미한다. 즉 어떤 것의 최극적인 상태나 범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연일 극한 더위가 이어질 때는 정녕 더위가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역시 계절은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현대 사회는 못 먹어서 생기는 병보다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 많을 정도로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약 35% 정도로 비대하고 살찐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우리는 가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을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럴 때이다. 살이 찐 사람은 살이 여윈 사람에게, 살이 여윈 사람은 살이 찐 사람을 부러워하면서 하는 말이다. 살이 찐 사람은 살 빼기가 더 어렵다 하고, 살이 여윈 사람은 살 찌우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는 몰라도 자신 처한 상황이 더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대방은 자신의 마음을 속속들이 모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찐 사람은 여윈 사람에게 그렇게 쉬운 살찌우기를 못하느냐고 핀잔을 줄 것이고, 여윈 사람은 살찐 사람에게 역시 그렇게 쉬운 살 빼기를 못하느냐고 핀잔을 줄 것이다. 모든 관점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애로는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을 공감 부족과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경험의 차이라고 말한다.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경험이 다르다는 것은 고통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의 고통들, 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참는 것, 고강도 운동의 고통을 감내하는것 등은 그 상황에 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다. 반대로 체중 증가를 위해 식욕이 없어도 억지로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나,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어려움 역시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공감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아 방어 기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여러 요소 중 자기 합리화가 대두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아 방어 기제를 가지고 있다. 자아 방어 기제란? 개인이 자신의 자아 존중감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전략을 의미한다. 자기 합리화는 방어 기제 중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방식 중 하나로 자신의 행동이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나 변명을 만들어 내는 심리적 과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도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시험을 잘못 본 학생이 평소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흡연자들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정당화하려 한다. 이 세상에는 자기 마음과 같은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다. 아니 한 사람도 없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기 수용은 없고 자기 합리화만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잘못을 저질러도 인정하지 않고 잡아떼는 변명고수, 딴소리족이 우리의 청소년 교육도 망치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전 정부 탓이라 하고. 김건희 감싸기에 급급하고, 고액의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은 국민은 없고 막말과 싸움질이나 하고, 잡아떼기 잘하는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다. 자기 합리화는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실 왜곡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어느 나라 대통령. 어느 나라 국회의원 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정만석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