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역사공원 명칭변경·관람석 시설 숙의 과정 부족”
“진주대첩역사공원 명칭변경·관람석 시설 숙의 과정 부족”
  • 백지영
  • 승인 2024.08.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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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평론 ‘진주대첩광장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지금 공개된 진주대첩광장은 진주대첩의 역사와 의미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 조성됐다면 시민들이나 시민단체가 지금처럼 들고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민간에서 오늘 이런 토론회를 열기 전, 진주시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진주평론은 27일 오후 2시 진주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평생교육원 1층 대강의실에서 ‘진주대첩광장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달 진주대첩역사공원 준공을 앞두고 전문가 의견 등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공개된 진주대첩역사공원 내 공원지원시설이 진주성을 오르는 왜군의 형상이라는 등 지역 각계에서 제기된 반발을 반영하듯 약 100명의 인파가 몰렸다.

황경규 진주평론 발행인을 비롯해 민병익 국립경상대 행정학과 교수, 윤창술 국립경상대 스마트유통물류학과 교수, 최민국 진주시의원, 정봉호 진주시공공시설추진단장이 단상에 올라 모두 발언과 토론 등에 나섰다.

사회자 겸 토론자로 나선 황경규 발행인은 진주시가 당초 계획했던 ‘진주대첩광장’ 명칭을 ‘진주대첩역사공원’으로 바꾼 데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진주대첩광장은 현 진주성과 향후 우리가 찾아야 할 진주외성을 연결하는 허리”라며 “이를 공원시설로 변경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발행인은 2015년 원안과 2021년 변경안, 최근 공개된 최종안 등 조감도 변경 과정이 담긴 자료를 제시하며, 최종안이 진주의 과거-오늘-미래를 잇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없는 이유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최종안에서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로 7만 민관군이 목숨을 잃은 진주대첩의 역사가 녹아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공원이 조성된 장소는 진주성 외성이 있어 진주성과 이어진 공간이지만, 최종안은 진주성의 역사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공원은 미래 세대가 진주성 원형을 찾아가는 출발점으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민병익 교수는 행정학자로서 사업 전반적인 과정을 짚으며 문제가 된 지점을 지목했다.

천년도시 진주성의 가치를 부각해 진주 대표 광장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정책 의제 설정과 정책 목표 설정은 적절했으나, 이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진주시가 현 가구거리 인근에 복합문화공간을 계획하면서, 관광객 증가 전망을 이유로 방문객 휴식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새 정책 목표를 추가한 것을 기점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진주시는 여러 정책 목표 중 뭐가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무엇인지 선택했어야 한다”며 “아무리 그럴싸하게 보이더라도 하위 목표가 상위 목표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공원지원시설이 랜드마크로서 진주성 가치를 높이는 데 방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현 상황을 두고, 관료제에서 편의성 때문에 정책 수단과 정책 목표가 전치되는 잘못된 사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정책은 다양한 전문과 의견을 수렴하고 무엇보다 진주성의 주인인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꼼꼼하게 집행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의회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시비가 90% 투입됐으니 900억 원에 가까운 시민 세금이 쓰인 사업인데, 과연 시의회가 철저하게 감시하지 못했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민국 진주시의원은 “한 달 전 광장이 공개되고 여러 의견이 나오면서 상임위 역시 관심 두고 지켜보고 있다”며 “상임위나 의회 차원에서 시민 의견 수렴, 전문가 의견 청취, 공청회 등을 통해 진주 역사를 대표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를 대표해 참가한 정봉호 진주시공공시설추진단장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노력해 왔다고 반박했다.

정 단장은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공사 현장에 설치됐던 가림막에 조감도를 붙이고, 지난해 진주건축문화재·경남건축문화재에 출품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렸다. 진주시 소식지나 SNS로도 홍보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 5명 중 자신을 제외한 4명은 진주대첩역사공원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을 두고 토론자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하기도 했다.

윤창술 교수는 이번 사태를 형용모순이자 본말전도로 비유했다.

그는 “진주시나 시의회, 자문위원회 차원에서는 노력했겠지만 결국은 ‘고뇌의 가벼움’에 그친 것”이라며 “뒤탈이 나면 안 되니, 진주시 나름대로는 절차를 밟았겠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을 뿐 실질적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어 “북쪽 원도심 문화예술특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한 관람석(공원지원시설)이 진주대첩 정신을 훼손시키고 있는데, 이런 사안일수록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진주시가 실질적인 공론화 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진주대첩광장 흉물 콘크리트 철거 시민대책위원회가 참석해 발언권을 요구했지만, 주최 측이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의 성격과 맞지 않다고 거절하자 중간에 발걸음을 돌렸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27일 오후 진주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평생교육원 1층 대강의실에서 ‘진주대첩광장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진주평론 주최로 열리고 있다. 백지영기자
27일 오후 진주 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평생교육원 1층 대강의실에서 ‘진주대첩광장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진주평론 주최로 열렸다. 황경규 진주평론 발행인이 발언하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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