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사러 호텔방으로?" 창원 호텔아트쇼 '북적'
"미술품 사러 호텔방으로?" 창원 호텔아트쇼 '북적'
  • 백지영
  • 승인 2024.07.07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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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머큐어 앰베서더 창원 54개 객실서 관객-작가 직거래 만남
“저는 버려지고 가치가 사라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화방 같은 곳에 가면 더 이상 팔리기 어려워진, 색이 변한 종이를 모으고 책도 50년 이상 돼 상품 가치가 떨어진 걸 사 모으고 그러는 편이에요. 침대 위에 걸린 저 대형 작품은 100년 전 베를린에서 제작된 독일 지도인데, 그 뒤에 이렇게 드로잉을 해봤습니다.”

지난 5일 오후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 813호로 들어서자 부산에서 온 김지연 작가가 자신의 평면·입체 작품 소개에 나섰다.

평소 숙박 시설로 쓰이는 이곳 호텔 8층과 9층 54개의 방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2024 아트경남 호텔아트쇼’ 참여 작가로 선정된 전국 각지의 작가 60여 명은 각자에게 배정된 방을 자신의 작업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작품을 선보였다.

침대 위로는 커다란 양 모양 조각이 떡하니 자리 잡았고, 욕조 안에는 눈이 찢어진 고양이를 그린 회화가 몸을 숨겼다.

방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이번 공간에서는 또 어떤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방을 찾은 관람객을 향해 다가갔다. 관람객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인사와 함께 작품 설명에 돌입하는 이부터,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을 TV 화면으로 틀어두는 이까지 다양했다. 물감과 팔레트를 가지고 와, 즉석에서 판매용 스케치를 그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장건율 작가는 자신이 휴대전화 그림 그리기 앱인 ‘파스파투’로 그린 드로잉 수백 장을 관람객이 태블릿 화면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무료로 인화해 줘 호응을 얻었다.

장 작가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레퍼런스 드로잉을 아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면지에 하기도 하는데, 디지털 드로잉을 할 때도 많다”며 “실행 취소가 불가능해 덧칠을 하며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점에서 실제 작업과 닮았는데, 앱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본 후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실제 작품으로 옮긴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다른 호텔아트페어와 달리 작가가 중심이 돼, 그야말로 각 객실을 작가별 쇼처럼 선보인다는 데 중점을 뒀다.

서울에서 온 신필균 작가는 “여러 호텔아트페어에 많이 참가해 봤지만 여기는 작가들이 각자의 방을 마음껏 꾸밀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편”이라며 “아트 ‘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이는 데 신경 썼다”고 밝혔다.

두 개 층을 찬찬히 둘러보던 관람객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등장하면 작가에게 상세한 설명을 부탁하고,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기간 인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경남국제아트페어’도 함께 살펴본 뒤, 두 행사에 대한 각자의 평을 지인과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진해에서 방문한 한 관객은 “아트페어를 많이 다녀봤지만 ‘호텔 아트쇼’는 처음”이라면서 “재미난 조각 작품 한 점을 구매했는데, 회화 장르가 조금 더 많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5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2024 아트경남 호텔아트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신필균 작가의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5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2024 아트경남 호텔아트쇼’에 참여한 박준우 작가가 작품을 그리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5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2024 아트경남 호텔아트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김유림 작가의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지난 5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창원에서 ‘2024 아트경남 호텔아트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박현 작가의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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