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나는 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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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4.04.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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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영 작가
유승영 작가


피가 멈추지 않는다. 시술한 잇몸이 욱신거리면서 부어오른다. 임플란트는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치아의 상악관이 얕아서 인공뼈를 이식해야 한다고 했다. 상악관 시술은 하악관보다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신경이 훼손돼 일시적인 마비와 출혈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 마취가 풀리는 듯 하더니 통증이 시작됐다. 타이레놀 한 알을 미리 먹었는데 어찌나 통증이 심하던지 거실을 왔다갔다 허둥지둥 아픈 왼쪽 얼굴을 감아쥐고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열이 오르고 오한이 왔다. 발음이 어눌해지고 통증의 강도가 세지니 겁이 덜컥 났다. 거울을 보니 얼굴 반쪽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치과의사는 처방해 준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인공뼈를 이식하고 돌아오는 날 이런 난리법석을 떨었다. 결국은 늦은 밤 응급실을 가야했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고서야 정신이 차려졌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한 쪽 얼굴은 어제보다 더 빵빵해져 부어오른 얼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왼쪽과 오른쪽의 경계가 심해서 그야말로 괴물처럼 보였다. 근육통과 열은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을 소독하고 환자 아닌 환자로 지냈던 시간이었다. 움직일 때 마다 신음소리가 났던 치가 떨리는 임플란트 시술이었다.

마스크 속에 감춰진 얼굴로 아이들과 전자책을 만들었다. 그림과 그림을 겹치는 작업을 했다. 여백 주기와 테두리와 둥근 모서리 그라데이션과 그림자 효과. 애니메이션을 사용해서 대상을 움직여보았다. 그림과 그림을 겹치니 바람개비가 나타났다. 두 페이지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팝업창은 내일 배우도록 하자. 치아의 통증이 시작됐다. 일그러지는 나를 아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퉁퉁 부은 얼굴은 금방 터질 듯 빵빵해졌다. 생살을 찢어 꿰매었으니 새 살이 차오를 때까지 부었다가 가라앉았다가 할 것이다. 일에 집중하면 깜박 통증을 잊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왼쪽처럼 감쪽같이 돌아올 테지. 오늘 밤엔 잠을 잘 자야 할 텐데.

발치한 어금니를 깜박하고 나왔다. 계단을 올라가서 어금니를 건네받았다. 금이 박힌 어금니다. 엄마가 큰돈을 들여서 해 준 어금니다. 어제까지는 모든 것이 비대칭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야. 골목의 모퉁이를 돌면 모든 게 새로워지듯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이고, 벚꽃이 진 자리에 맑고 환한 물살이 펴지듯 튼실한 뿌리의 그 자리에 내 엄마가 있다는 것을. 다시 또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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