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순간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현장칼럼]순간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 문병기
  • 승인 2024.04.0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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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란 유명한 광고가 있었다.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우리나라 1등 브랜드의 이미지와 자존심을 강조하기 위해내건 슬로건이다.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전자제품의 특성상 신중하게 판단하고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대학을 갈지 말지, 결혼을 할지 말지, 심지어 잠을 자고 무엇을 먹을 지… 등등.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것이 순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옳은 선택은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만, 잘못된 선택은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우리는 4월10일 또 한 번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작게는 지역을 위한 선택이고, 크게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제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턴가 국회의원들은 존경보단 비난의 대상이 됐다. 국민 혈세로 엄청난 세비는 물론 각종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하는 짓이라곤 싸우고, 국민 갈라 치고,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외엔 달리 하는 게 없다.

이들의 ‘민낯’을 지금껏 봐온 터라 이번 총선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없어 보인다. 갈수록 저질스럽고 폭력적이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집단이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국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나라도 복이 없는 것이다.

사천·남해·하동지역도 국회의원 복이 없긴 마찬가지다. 현직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이란 중책을 수행하기는커녕 본인 앞가림도 버거운 실정이다. 앞선 국회의원들도 ‘오십보백보’이다. 17대 민노당 비례대표를 거쳐 이명박 정부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집권당의 사무총장을 꺾고 18대 국회에 입성한 분도 있었다. ‘공중부양’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분은 반정부 시위현장과, 정부의 발목을 잡고 각을 세우는 데만 앞장을 섰다. 선거구 통합으로 내리 3선을 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20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올라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에다 ‘막말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 외엔 지역을 위해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많은 이들은 이 시기를 ‘암흑기’라 표현한다. 어떤 이들은 ‘잃어버린 20년’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중요한 건 이들을 선택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역민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란 거대한 벽에 막혀 있을 때,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꼈다. 힘 있고 능력 있는 국회의원이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마음 졸이며 분노 했겠는가.

지금 사천은 우주항공청 설립을 계기로 중앙부처나 국회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다. 남해와 하동 역시 해저터널 착공이나 세계차엑스포 활성화 등 굵직한 현안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힘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예산확보나 지역현안을 풀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부족함을 메워주고 해결할 사람은 지역 국회의원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은 이제 끝내야 한다. 고질병인 혈연·학연·지연에 얽매이기 보단,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 키워야 한다. 늦었지만 이번 총선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도 살고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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