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심판
[천왕봉] 심판
  • 경남일보
  • 승인 2024.04.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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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심판하다’의 단어 judge는 라틴어 judicare가 뿌리다. 이는 jus(올바름)와 dicere(말하다)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살펴 판단한다는 뜻의 심판은 ‘올바른 말’이 애초의 뜻이던 것. 이 낱말 ‘심판’은 성경구절로 일찍이 유포되었다. 조선말 번역된 구약 사사기에선 Judges(심판관)을 ‘사사(士師)’로 옮겼다. jus와 음가가 닮은 사사는 주나라 때 형벌을 관장한 관리다.

▶총선 정치판이 심판론으로 뜨겁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를 선거 구호로 내건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번 총선을 무도한 검찰 독재 심판, 무능 정권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다수 횡포 심판, 입법 독재 심판, 범죄인들을 심판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국회독재’란 신생 용어도 떠돈다. 과연 모두가 척결해야 할 폐단들인 성싶다.

▶유귄자더러 심판관이 돼 달라는 그 말 자체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그 요청에는 유권자의 표가 ‘올바른 말’임을 기꺼이 받들 마음부터 담겨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바라지 않은 쪽으로 심판이 나도 쾌히 승복해야 한다는 거다. 그럴 마음 없이 심판해 달라는 건 이기적이고 위선이다.

▶심판 구호들은 구제적이지만 다소 막연한 것도 있다.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독재라면 표로 쳐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독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문제는 전부 아닌 일부만 선택할 수 있다는 데에 유권자의 번뇌가 있다. 단칼에 다 심판할 수 없으므로 순서를 정해야 한다. 무엇부터 쳐낼까. 오늘과 내일 선상투표에 이어 5~6일 사전투표, 10일 본투표로 이어지는 엄숙한 심판의 시간이 시작됐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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